1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일제 강제노역피해자 정의구현 전국연합회 관계자들이 일본기업들에 대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각하한 1심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각하’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일제강제노역피해자 정의구현 전국연합회는 14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소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소송에 참여한 유족 대표 이철권씨는 “아픈 세월 위로받고 보상을 받아야 마땅한 아버지의 고생이 왜곡되고 부정되는 슬픈 현실에 절망하지만, 절대 (손해배상 요구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잘못이 바로잡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씨의 아버지 고 이기택씨는 만 스무살에 일본 나가사키 군함도 미쓰비시 탄광으로 4년간 강제동원됐고, 이후 후유증인 폐렴으로 고통을 겪다 50대 초반에 별세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양호)는 강제동원 피해자 85명이 일본제철 등 전범기업 16곳을 상대로 “한 사람당 1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며 제기한
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1965년 두 나라 정부가 맺은 한·일청구권 협정에 포함됐다며, 소송으로 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을 뒤집은 것으로, 재판부는 판결 근거로 ‘일본에 강제집행을 하게 되면 대미 관계 훼손으로 이어진다’, ‘당시 청구권협정으로 얻은 외화로 한강의 기적이 있었다’는
법리와 무관한 논리를 펼쳐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날 피해자들은 1심 재판부를 겨냥해 “이번 판결로 강제징용자 783만명과 그 가족 및 국민을 억울한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도 “다음 세대에 부끄러운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재임 기간에 강제동원 문제를 고민하고 작은 물꼬라도 터야 하지 않겠느냐”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피해자 85명 가운데 75명이 항소했으며, 나머지 10명도 별도로 항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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