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며, 성평등과 공존을 외치는 청년 남성들이 모인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 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사회에 벌어지는 성별과 세대의 갈라치기에 대해 성평등 목소리를 내고, 성차별과 혐오를 멈출 것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우리는 청년 남성이 아니란 말입니까?”
최근 정치권에서 표심잡기에 몰두하는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의 모습은 천편일률적이다. 페미니즘을 혐오하고, 여성할당제와 여성가족부의 폐지를 원하고, 남성이 되레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청년 남성. 이런 ‘이대남’으로 묘사되길 거부하는 ‘이대남’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였다. 최근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이라는 이름의 단체를 꾸린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성평등의 가치를 믿고 실천하는 청년 남성들이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백래시(사회 변화에 대한 반발)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최근의 ‘이대남 담론’에 문제제기하는 청년 남성들이 연서명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연서명에서 “청년 남성인 우리가 경험하는 문제의 원인이 페미니즘이나 어떤 페미니스트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며 “우리는 정치권과 미디어에서 그려내는 다 똑같은 청년 남성이 아니다. 우리는 서로 헐뜯고 경쟁하기보다 여전히 남아있는 성차별을 개선하여 공존하고 싶다”고 했다.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은 이 연서명에 375명의 시민이 동참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정치권과 언론이 이야기하는 이대남이 특정 성향의 청년 남성을 과대대표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발언에 나선 김연웅(28)씨는 “‘이대남’이라는 정치적 집단의 대표성이 고작 페미니즘에 대한 조롱과 괴롭힘이라니 한 명의 이대남으로서 개탄스럽게 그지없다”고 했다. 김씨는 “저는 이대남이 더는 조롱 문화를 대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흘러오며 기성세대의 부정과 위선에 분노했던 그 에너지가, 공정 담론을 형성했던 그 지성이, 다시 모여 페미니즘을 지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며, 성평등과 공존을 외치는 청년 남성들이 모인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 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사회에 벌어지는 성별과 세대의 갈라치기에 대해 성평등 목소리를 내고, 성차별과 혐오를 멈출 것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또 다른 20대 남성 고선도씨도 기자회견에서 “페미니즘은 세상의 다양한 사람이 고유한 모습을 가지고 살아감을 말해주었다. 젠더 갈등을 해결해 내는 것도 결국 페미니즘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씨는 자신이 과거에는 여성을 동료와 친구가 아닌 ‘잠재적 연애대상’으로 봐왔다며 “페미니즘은 이런 경직되고 획일화된 사고에 다양한 관계의 가능성을 불어넣는다”고 했다.
30대 트랜스젠더 남성인 김정현씨도 발언에 나섰다. 김씨는 “언론이 말하는 소위 ‘이대남’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다”며 “하지만 주민번호 뒷자리가, 숫자일 뿐인 나이가 그 사람을 다 나타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스스로 청년 페미니스트 남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나왔다”고 했다.
사회를 맡은 ‘불꽃페미액션’ 활동가 이가현(30)씨는 ‘페미니스트 이대남’의 목소리를 모아 보고 싶었다며 “이런 나의 고민과 활동이 단순히 ‘좋은 남자도 많아’라며 여성들의 성차별, 성폭력에 대한 문제 제기를 무마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씨는 “이 활동의 목적은 여성들에게 ‘남성이 사실은 이렇다저렇다’라고 항변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페미니스트들에게 남성을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던 어떤 끈질긴 남성들에게 보여줄 구체적 실천”이라며 “그동안 호명되지 못해 조용했던 ‘평등을 지향하는’ 청년 남성들이 우리의 첫발자국을 보고 용기를 내어 말하기를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