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남성 3명 가운데 2명은 한국 사회에 ‘구조적 성차별이 있다’고 본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 주장에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 다수도 동의하지 않고 있었다.
27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젠더폭력 경험과 대응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사회에서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의견에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4.6%였다. 성별로 보면, 여성 10명 가운데 9명(86.3%), 남성 3명 가운데 2명(65.8%)이 구조적 성차별이 있다고 봤다. 설문조사는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10월14일~21일에 걸쳐 온라인에서 전국 19살 이상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국 사회가 ‘사회적 약자(여성, 성소수자 등)에게 안전한 사회라고 생각하는지’를 묻자 조사 참여자의 62.2%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직장 내 성범죄의 주요 원인 두 가지’를 꼽는 질문에는 ‘스토킹이나 성희롱 등을 가볍게 대하는 사회적 인식’(50.8%)과 ‘회사에 신고해도 나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불이익을 입을 것 같은 사회 분위기’(36.1%)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폭력적 연애관’(35.2%),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사유화하는 인식’(28.2%), ‘원치 않는 고백을 별문제 아니라고 여기는 주변의 인식과 소문’(24.4%) 등 개인적 관점이나 인식보다 ‘성범죄를 바라보는 사회 전반의 인식과 분위기’를 직장 내 성범죄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 응답자가 많았다.
직장갑질119 김세정 노무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단언한 것과 달리 직장인들의 인식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여성은 물론 남성 3분의 2조차 구조적 성차별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가 현 상황에서 과연 적절한 것인지 재고하고, 구조적 성차별 해결을 중대한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인식이 이런데도 부처 폐지를 위해 장관이 됐다는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구조적 성차별’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뚜렷하게 밝힌 적이 없다. 다만 ‘정치에서의 여성 대표성’만을 강조해왔다. 김현숙 장관은 지난 10월13일 <한국방송>(KBS) ‘사사건건 플러스’에 나와 ‘대통령의 발언 중에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발언, 후보 시절에 꽤 큰 논란이 됐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저는 정치권력에서 여성의 어떤 대표성은 굉장히 강화돼야 된다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얘기에 동의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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