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 다 범죄자로 만드는 법 아니야?’
‘동의 여부를 어떻게 증명해?’
‘무고가 판치겠네.’
지난 3일 한 국제인권단체가 ‘비동의 강간죄’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한국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는 내용을 담은 <한겨레>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댓글엔 ‘비동의 강간죄’를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사실인양 달려있다.
비동의 강간죄는 형법상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로 본다. 지난달 26일 여성가족부가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법무부의 반대로 이를 철회하면서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당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의 여부를 무엇으로 확증할 수 있느냐”며 일부 반대 기류에 편승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 과정에서 “범죄를 의심받는 사람이 현장에서 동의가 있었다는 것을 법정에서 입증하지 못하면 억울하게 처벌받게 된다”고 못박았다.
지난 14일 한국여성변호사회 소속 서혜진 변호사와 김신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가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 모였다. 이들은 현행 강간죄의 문제점을 짚고, 비동의 강간죄를 둘러싼 왜곡과 오해에 대해 팩트체크했다. 비동의 강간죄를 향한 일부 우려의 시선과 달리, 전문가들은 “도입 논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 변호사는 “현행 강간죄는 폭행과 협박을 구성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사건의 실체보다는 피해자가 얼마나 반항했는지, 어떻게 대처했는지 등에 집중하게 된다”며 “피해자임에도 법적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2021년 강간 사건 중 검찰에 송치되지 않은 비율은 38%로, 전체 범죄의 불송치 비율인 27%보다 11%p 높았다.
김 활동가는 “개정 전 강간죄의 명칭은 ‘정조에 관한 죄’였다. 당시 정조를 지키는 건 여성의 의무였고, 이를 위해 결사항전으로 저항해야 했다.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개정된 게 폭행, 협박을 구성요건으로 한 현행 강간죄”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의 여부를 구성요건으로 하는 개정이 이뤄져야 성폭력 판단을 피해자의 저항과 연결짓는 이 연결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해온 두 사람이 나눈 비동의 강간죄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유튜브 채널 <
슬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요 모먼트 바로 가기
1:13 비동의 강간죄란...
2:26 현행 강간죄, 문제인 이유
6:32 ‘동의 없는 성관계’도 있나요?
8:51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 만든다?
11:30 남자들이 쉽게 무고 당할 수 있다?
13:53 ‘이대남’ 대변하던 정치권도 “반대”
16:27 ‘여성 정조’ 기반한 강간죄 개정해야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