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인 전신형 리얼돌이 통관 허용 두달만에 100건 이상 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겨레>가 입수한 관세청의 ‘전신형 리얼돌 통관 허용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26일부터 지난 2월 사이 총 104건이 수입됐다. 관세청은 지난해 12월26일부터 전신형 리얼돌 통관을 허용했다. 특정 인물을 나타내지 않는 ‘성인 형상의 전신형 리얼돌’ 통관이 허용된 것이다.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2건이 수입됐고, 지난 1월 91건, 지난 2월 11건이 수입됐다. 지난 1월에는 통관이 미뤄졌던 리얼돌이 대거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쿠팡을 비롯한 통신 배달 업체를 통해서도 리얼돌의 판매가 이루어지며, 인터넷의 성인용품 판매업체에서도 다양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임에도 아직 국내에는 리얼돌 제작, 판매, 유통을 규제하는 법률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전문가들은 리얼돌과 관련해 특정 성별에 대한 성적 대상화이고 사람의 몸을 사고 파는 맥락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 등을 지적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신박진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책팀장은 “현재 ‘성평등’이라는 용어조차 교육에서 쓰지 말라고 하는 세력들이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제대로 된 성교육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특정 성별에만 상업화된 성 시장을 허용한다면 성적 대상화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신박 팀장은 “리얼돌은 인간 전체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다른 성인용품과 대상화의 정도가 다르다. ‘누군가는 원하면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방관적 자세가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김보화 젠더폭력연구소 소장은 “리얼돌은 사람의 몸을 사고 파는 맥락 속에서 가능한 상품”이라며 “불법과 합법의 문제를 떠나서 현재 우리 사회에서 과학·기술 등이 어떤 성별에게 유리하고, 어떤 성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개발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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