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카메라가 있다는 소문도 불안한데, 국회사무처가 ’몰카‘란 단어를 쓰니 더욱 황당하죠.” (국회 비서관 ㄱ씨)
14일 국회사무처가 기자단에게 보낸 공지에서 ‘불법촬영 카메라’를 ‘몰카’로 지칭해 비판받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는 의원회관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촬영 카메라가 발견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국회 관계자를 중심으로 카카오톡 등 메신저에서 ‘회관 3층 여자 화장실 불법촬영 기기 발견’이라는 메시지가 돈 것이다. 이에 국회사무처가 국회 출입 기자단에게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지를 알린 것이다.
국회사무처 공보담당관실은 이날 오후 4시께 기자단에 “국회사무처 경호기획관실에서는 1년에 4회 국회 내 화장실 몰카 탐지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오늘은 의원회관 2층 및 3층 화장실을 탐지했다”며 “현재 의원회관 여성 화장실에서 몰카가 발견되었다는 소문이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며 발견된 몰카가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몰카’라는 단어를 세차례 사용했다.
14일 국회사무처 공보담당관실에서 국회 출입 기자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몰카’는 ‘몰래카메라’의 약칭으로, 상대방의 동의 없이 타인의 신체를 촬영·배포하는 범죄 행위의 심각성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7년부터 ‘범정부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방지 대책’을 발표해 해당 단어를 ‘불법촬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엔(n)번방 사건’을 계기로 2021년 출범한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등 전문위원회’에서도 ‘몰카’는 “불법촬영을 유희적 의미를 내포한 약칭”이라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해당 단어 사용을 지양하도록 ‘성폭력·성희롱 간행물 제작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한 바 있다.
국회 소속기관인 국회사무처가 범죄 행위를 유희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은 “공지를 보면 ‘몰카’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공보담당관실이 불법촬영 범죄의 무게를 몰카라는 단어 사용으로 가볍게 만든 것에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 사무국장은 “공보담당관실이 시민을 대상으로 내는 ‘대외적’인 입장문이 아니기 때문에 신경을 덜 쓴 것으로 보이나 그래서 더 문제적”이라며 “기자단에게 보낸 공지에서 ‘이 정도는 괜찮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한 것이라면 공보담당관실의 ‘공보담당관’으로서의 자격을 질문하게 된다”고 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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