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5명 중 1명은 가정폭력의 책임이 피해자에게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여성가족부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한국갤럽조사연구조에 의뢰해 지난해 8∼11월 19살 이상 90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년 가정폭력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년간 가정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7.6%였다. 가정폭력을 경험한 여성 비율은 9.4%로, 남성(5.8%)보다 높았다. 이는 지난 2019년 조사보다 소폭 줄어든 수치(전체 8.8%·여성 10.9%·남성 6.6%)다.
가정 폭력을 피해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등 개인적 문제로 보는 인식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가정 폭력은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답변은 2019년(17.5%) 보다 늘어난 19.6%로 집계됐으며, ‘가정폭력은 가정 안에서 해결해야 할 개인적인 문제’라는 응답도 2019년 18.5%에서 2022년 20.5%로 늘었다. 또 ‘어릴 때 학대를 당한 사람이 가정폭력을 하는 경우는 이해할 수 있다’는 답변은 13.7%, ‘화가 너무 나서 통제력을 잃으면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11.2%로 집계되는 등 가정 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폭력 피해자의 대응이나 도움 요청도 줄었다. 배우자 또는 파트너에게 폭력을 당한 뒤, ‘별다른 대응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답한 비율이 53.3%로, 2019년 조사(45.6%)보다 늘었다. 대응하지 않은 이유는 ‘폭력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가 25.6%, ‘내 잘못도 있다고 생각해서’가 14.2% 등이었다. 또 폭력을 당한 뒤 ‘외부에 도움을 청한 경험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92.3%로, 2019년 조사 결과(85.7%)보다 크게 늘었다. 도움을 청하지 않은 이유로는 ‘폭력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36.9%), ‘그 순간만 넘기면 돼서’ 21.0% 등이었다.
조사를 진행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여전히 가정폭력의 지속을 피해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태도, 가정폭력을 개인적 문제로 보는 태도가 적지 않은 비율로 나타났다”며 “대부분의 문항에서 2019년 조사 결과보다 가정폭력 허용도가 다소 높아져, 우리 사회에서 성 역할 태도와 가정폭력 허용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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