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청년 성평등 문화 추진단(버터나이프 크루) 사업을 폐지하는 대신 증액한 지역 청년 성평등 사업 예산 대부분을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일 여가부에서 받은 내년도 예산안 설명자료를 보면, 여가부는 내년 ‘지역 성평등 환경 조성’ 사업에 올해 예산의 28.8%인 3억7100만원을 감액한 9억1700만원을 배정했다. 이 사업 내역에는 여가부가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을 폐지하고 올해 4억원을 투입해 만든 ‘지역 청년 공감대 제고’ 사업이 포함돼 있다. 올해 증액한 금액 대부분을 내년에 삭감하는 것이다.
여가부는 앞서 졸속으로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을 폐지해 비판을 받았다. 버터나이프 크루는 일상에서 청년이 직접 성평등 의제를 찾아내는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업은 2019년부터 시작돼 △젠더 갈등 완화 △공정한 청년 일자리 환경 조성 등을 다루는 등 청년 500여 명이 참여해 프로젝트 120여개를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4일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버터나이프 크루를 두고 “페미니즘에 경도됐다” “(젠더)갈등을 증폭시킨다”고 비판한 뒤 3주 만에 중단됐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출범식에서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포부까지 밝힌 사업이 참가자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여가부는 이후 한 달 여 만에 ‘지역 청년 공감대 제고’ 사업을 만들어 2023년도 예산안에 반영했다. 버터나이프 크루 예산 4억5000만원 중 4억원을 활용한 것이다. 여가부는 당시 “취업·주거·돌봄·안전 등을 주제로 성별 인식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청년 소통 프로그램(토론회, 포럼 등)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사업 목표를 밝혔다.
하지만 사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여가부는 ‘밑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사업 목적인 청년 토론회, 토크 콘서트 등은 지금까지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 여가부는 지난 4월 양이원영 의원실에 “7월에 중간보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 보고회는 서면으로 대체됐다. 지난해 10월 국회예산정책처도 “지역 청년 공감대 제고 예산은 지역의 성평등 환경 조성이라는 사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양이원영 의원은 “지역 청년 공감대 제고’ 사업은 여성가족부가 버터나이프 크루 지원을 중단하고 무리하게 끼워 넣은 사업으로 성과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내년 예산 대부분을 삭감한 것만 봐도, 여가부 스스로 급조한 사업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그동안 청년 정책 개선 모니터링 작업을 해왔고, 9월부터 청년 토론회, 토크 콘서트 등을 열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지역 성평등 환경 조성’ 사업 안에는 지역 청년 공감대 제고 사업 뿐 아니라 양성평등 정책개선, 양성평등 문화확산, 양성평등 의식개선 사업 등이 들어있다”며 “감액이 버터나이프 크루 대체 사업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사업별 금액이 어떤 식으로 정해질지는 지자체 사정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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