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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아저씨들! ‘반말 특허’ 내셨나요?

등록 2007-07-30 18:52

우효경 / 칼럼니스트
우효경 / 칼럼니스트
2050 여성살이 /

최근 다니던 치과를 바꿨다. 치과 의사의 실력이나 비용의 문제는 아니었다. 단지 의사가 간호사들에게 항상 반말을 한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는 아저씨 치과 의사로 자기보다 나이가 어려 보인다 싶은 환자에겐 무엇을 물어도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았고 때로는 아주머니나 할머니에게도 반말을 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요즘에야 병원도 기업 정신이 투철해져서 고객만족이니 뭐니 하는 탓에 환자(손님)에게 반말을 하는 의사들의 수가 꽤 줄었지만 간호사들에게 함부로 구는 못된 버릇만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모양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아아, 이 의사는 나처럼 어린 여자는 치료도 대충 하겠네’라는 생각이 들어 발걸음을 돌리게 된다.

젊은 여자들에게 함부로 반말을 내뱉는 고약한 버릇은 우리나라 아저씨들의 전매특허다. 실제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나는 나이와 성별에 따라 아저씨들의 태도가 달라지는 경험을 꽤 많이 했다. 화장을 잘 하지 않고 편안한 옷차림을 즐기는 나를 대학교 신입생이나 고등학생으로 오해한 아저씨들이 무턱대고 반말을 한 뒤 내가 대학원생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 황급히 태도를 고쳤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내 나이에 맞는 대접을 해주지 않아서 화가 난다기보다 사람에 따라 차등을 두고 대하는 그들의 허울뿐인 ‘예의’가 우습다.

그뿐이 아니다. 길거리에서 자기 맘에 안 드는 여자애들을 보면 ‘너 여자 주제에 왜 이렇게 늦게까지 싸돌아다니냐’라며 어김없이 반말로 설교를 시작한다. 식당에서도 ‘아줌마, 여기 냉면 한 그릇 가져와 봐’라며 연세도 지긋이 드신 아주머니께 함부로 군다. 부당한 대우를 받고 논리적으로 항의하면 ‘나이도 어린 게 어디서’, ‘여자 주제에 건방지게’라며 단번에 제지당한다. 나이가 어리거나 여자라는 사실이 아저씨들이 무례하게 굴어도 되는 면죄부가 되는 세상이라니 어딘가 이상해도 단단히 이상하다.

나는 존댓말과 반말이 구분되는 우리나라 말을 좋아한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타인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존댓말을 쓰고 편한 사람에게 합의 아래 반말을 쓰는 것도 친근감이 들어서 좋다. 그러나 그 관계가 ‘어려 보이는 여자’와 같이 겉모습에 따라 일방적으로 맺어지는 것은 불쾌하다. 어리기 때문에, 여자이기 때문에 존중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단지 나이를 먹었다고 어른 대접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어른 자격을 판단해 존댓말을 써야 할 것이다. 아저씨만을 위한 동방예의지국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동방예의지국이길 바란다.

우효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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