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효경/칼럼니스트
2050 여성살이 /
“배용준이 왜 그렇게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한 친구는 “(드라마에서) 잘 우는 남자였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참 적절한 분석이다. 강한 남자가 되고 싶어 어쩔 줄 모르는 ‘오빠’들의 틈바구니에서 욘사마는 구슬피 우는 모습 하나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역시 우는 남자에겐 무언가 특별한 구석이 있다.
잘 알려진 말 가운데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울어야 한다. 태어날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나라를 잃었을 때”라는 말이 있다. 주로 나이가 많은 남성이 울음보가 터지기 직전인 어린 남성을 훈계하기 위해 쓰는 말로서 울음을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다. 혹은 남자 어린이들이 또래의 여자 어린이들을 무시할 때 쓰기도 한다. 얼핏 보면 참 멋진 말 같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것보다 불행한 인생이 없다. 방문에 손가락이 끼여서 아파 죽을 것 같아도, 군대에 가 있는 동안 이별을 통보하는 잔인한 여자친구의 편지를 읽으면서도 남자들은 울면 안 된다니, 이 얼마나 피곤한 인생인가.
비단 남성들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은 전반적으로 눈물을 흘리는 것을 ‘지는 것’과 동일시하고 자신의 약함을 상대에게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에 금기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성들의 부담감도 크지만 여성들 역시 ‘툭하면 울며 눈물을 무기로 삼는 한심한 여자’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눈물을 참으려고 노력한다. 여자들은 너무 감정적이기 때문에 스스로 눈물조차도 제어할 수 없다는 핀잔은,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에게 가장 참기 힘든 모욕 중 하나다. 우는 여자가 사랑스럽다는 것은 드라마에나 가능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나는 눈물을 우스운 것으로 보는 사나이들이나 우리 사회가 오히려 우는 것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보고 싶다. 사실 평생에 고작 울 기회가 세 번밖에 없을 정도로 우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오늘은 좀 슬퍼서,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감정이 격해져서, 직장 상사가 창피하게 사람들 앞에서 야단을 쳐서, 좀 운다고 한들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 우리는 울어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냥 웃음이 터지는 것처럼 눈물도 툭 터지는 것이고 울고 나면 상황은 그대로일지언정 마음은 좀 편해진다. 안 그래도 살기 힘든 세상 자신에게 좀더 너그러워져도 되지 않을까? 오빠들, 이제는 주먹으로 울지 말고 눈으로 울어도 됩니다.
우효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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