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성모여고 전경과 ‘부산 성모여고 미투 공론화’ 트위터 페이지 갈무리.
17일 자정 트위터에는 #성모여고_미투 #성모여고_미투공론화 #성모여고_교내성폭력고발 등과 같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11만2천여건 올라왔다. 16일 부산 성모여고 학생들이 에스엔에스에 교직원들의 성폭력 가해를 폭로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같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실시간 트렌드에 띄우는 ‘해시태그 총공(총공격)’을 벌이기도 했다.
한 학내 제보자는 트위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러 갔을 때, 어떤 교사가 체육복보다 조금 짧은 반바지를 입은 학생에게 ‘그렇게 짧은 바지를 입고 오면 할아버지들이 너를 반찬으로 오해해 먹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생은 “친구들끼리 교복 색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다가와 ‘이건 장미색이고 너넨 다 장미고 꽃’이라고 말하며 성적으로 대상화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한 교사가 학생에게 귓속말을 하고 갔다. 머리를 쓰다듬고 뒷목을 만지고 손을 잡았다. 볼도 만졌다”며 신체 접촉 성추행 피해도 호소했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교사 외에도 이 학교 신부가 포함됐다. 성모여고는 가톨릭 부산교구 학교법인 산하의 사립학교로, 종교 관련 활동을 하는 신부가 교내에 재직한다. 한 학생은 게시글에서 “교목실에 가면 신부님이 볼을 꼬집고 머리를 쓰다듬는 등 스킨십을 자주 했다. 소파에서 일어나려는 학생의 허리를 팔로 감싸 다시 앉혀 자신의 몸 쪽으로 붙이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또 다른 학생은 “신부님은 ‘계집애들은 말이 많아서 싫다’ ‘너네가 계집애인 걸 당연하게 알아라. 남자애였으면 벌써 맞았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부산 성모여고 미투’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운영자는 18일 “성차별적 발언을 일삼는 선생님들께 그러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친구도 있었는데 혼이 났다. 교원평가 서술 항목에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적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에스엔에스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성모여고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관련 내용을 모두 인지하고 교육청 차원의 조사를 하고 있다”며 “행정적으로 연락할 수 있는 곳에는 다 연락을 했고, 매뉴얼대로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청한 이 학교 관계자는 “18일 오전 3교시에 교육청 차원 전수조사를 했는데, 피해자의 이름과 피해 내용을 적게 했다. 피해를 받은 아이들은 2차 피해를 볼까 걱정돼 마음 놓고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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