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가운데)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후원금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다 눈물을 보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anaki@hani.co.kr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래한국당과 보수언론이 제기한 ‘수요집회’ 기부금 사용처와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의혹 등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정의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기부금 수입과 지출 명세, 금융자산 현황 등을 공개했다. 정의연은 이 기간 동안 사용처가 정해지지 않은 일반 기부금 수입(22억원) 가운데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 쓰인 사업비는 41%(9억여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용수(92) 할머니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수요집회’ 불참 뜻을 밝히면서 “수요집회 등을 통해 모은 후원금을 할머니에게 지급한 적이 없다”며 제기한 의혹에 대한 해명이다.
정의연의 설명을 살펴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기부금 수입은 총 35억4626만1598원이다. 이 중 수요집회, 쉼터 운영 등으로 쓰임이 지정된 목적지정기부금을 제외한 일반 기부 수입은 22억1965만5397원이다. 정의연은 이 가운데 9억1144만9945원을 ‘위안부 피해자’ 지원에 썼다고 밝혔다. 이는 국세청 홈택스에 정의연이 공시한 내용과도 차이가 난다. 정의연이 공시한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최근 4년간의 기부금 수입 48억9300만원 가운데 18.8%인 9억2천여만원이 ‘피해자지원사업비’ 명목으로 쓰였다. 정의연은 이에 대해 “(현금 등) 직접 지원뿐 아니라 치료비, 방문 비용 등의 간접적 지원에도 기부금이 지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연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직접 후원금의 비중이 작다’는 지적에 대해 “정의연의 역할이 후원금을 전달하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만약 정의연이 위안부 피해자의 생활 안정만을 위한 지원 단체였다면 1993년 피해자 지원법이 만들어졌을 때 해산해야 했다. 그렇게 정의연이 해산됐다면 역사 교과서에 성노예제 문제는 한줄도 포함되지 못했고, 유엔에서도 성노예제 문제로 규정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에 대한 생활 지원은 관련법에 따라 정부가 하고 있고, 정의연은 피해자 지원을 넘어 위안부 문제 연구, 추모사업, 역사교육, 국내외 연대, 홍보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1993년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전까지 후원금을 모아 할머니들에게 생활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정부 지원법이 정비된 이후에는 일본이 아시아여성기금으로 위로금을 지급하려 했던 1995년과 2015년 한-일 합의에 따른 화해·치유재단에 반대하며 모금한 후원금을 피해 할머니들에게 전달했다.
정의연 전 대표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자가 2015년 ‘12·28 위안부 합의’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선 “당시 언론 보도 수준의 내용이 전부였다”고 반박했다. 이상희 이사는 “2015년 12월24일부터 일본 언론에서 위안부 문제가 곧 타결될 거라는 취지의 보도가 나왔다. 우리가 공유하고 있던 내용은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 정도였다”고 말했다.
정의연은 12·28 합의에 따른 화해·치유재단 기금을 받으려 했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기금을 받지 못하게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할머니들께 합의가 어떤 내용인지 등에 대해 설명드린 뒤 전적으로 할머니가 결정하게 했다”며 “기금을 수령하시더라도 우리가 문제제기를 계속 따로 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을 뿐, 수령하지 못하게 했다는 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나영 이사장은 “지난 30년간 이 운동을 같이해오며 가족같이 지내셨던 할머님의 서운함, 불안감, 분노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운동 방향과 관계를 재설정하는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호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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