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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삭제요청에 뒷짐 진 인터넷사업자, 호주처럼 ‘삭제 불응죄’ 검토할 만

등록 2020-07-21 05:01수정 2020-07-21 11:15

성착취물 확산 피해 막으려면

‘초딩 연애’ ‘성인 초딩 연애’. 익명으로 이뤄지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키워드다. 10대부터 20대,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성년·미성년을 가리지 않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채팅방도 여럿이다. 최근 정부가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한 ‘랜덤채팅 앱’과 유사하지만, 청소년이 이용할 수 없게 한 이 앱과 달리 오픈채팅방은 사용을 막거나 단속할 근거가 없다.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 프로젝트를 추진한 단체 ‘리셋’은 20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학습, 게임, 취미 목적으로 개설한 뒤 성착취물이나 텔레그램 채널, 다크웹 사이트 링크를 유포하는 범죄가 일어난다”며 “이러한 플랫폼들의 실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지난 5월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이 개정됐지만, 이것만으로 오픈채팅방의 성착취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인터넷 사업자에 대해 전기통신사업법은 오는 12월부터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삭제하거나 접속 차단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이와 관련한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정보통신망법은 ‘불법촬영물 유통방지 책임자’를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관리적 조치’도, ‘불법촬영물 유통방지 책임자’의 역할도 명확하지 않다. 추후 시행령으로 정할 예정이지만,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인터넷 사업자가 성착취물 삭제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를 별도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선 소셜미디어 서비스 제공자나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삭제 요청을 받고 48시간 안에 위법한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을 경우 최대 4억원까지 벌금을 부과하는 ‘삭제 불응죄’를 두고 있다. 이를 본받아, 한국에서도 삭제 불응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추가적인 피해를 막으려면, 사업자들이 이런 콘텐츠를 반드시 삭제하도록 강제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폭력처벌법에서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에 해당되느냐를 따지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란 문구 개정도 필수적이다. ‘수치심’이란 기준이 주관적이고 불명확한데다, 과거 ‘여성의 정조’를 보호하던 관점에서 만들어진 용어이기 때문이다. 이런 조항은 피해 촬영물 삭제 요청 과정에서 사각지대를 만들기도 한다. 박성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팀장은 “꼭 성적인 신체 부위나 노출이 없더라도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사진이 유포되면 이를 기반으로 성희롱, 신상공개, 피해 촬영물 재유포 등 2차 피해를 입는다. 하지만 인터넷 사업자들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가 아니란 이유로 삭제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이 조항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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