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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감자칩으로 만든 감자전·감자수프 먹어봤나요?

등록 2021-06-24 09:51수정 2021-06-24 09:56

감자칩 시장규모 2200억원 넘어
맥주 많이 팔리는 여름철 불티
포카칩 두고 래퍼들 설전 벌이기도
생감자로 만들어 음식 재료 사용 가능
탄산있는 와인·막걸리와 궁합 좋아
감자칩으로 만든 감자전. 백문영 제공
감자칩으로 만든 감자전. 백문영 제공

감자칩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짭조름하고 바삭한 그 맛, ‘과자는 달고 기름져서 안 먹는다’는 이도 감자칩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간식이나 술안주는 물론 때로는 요리의 재료로도 쓰이는 감자칩을 사랑하지 않을 이, 누가 있으랴. 그 중독적인 맛은 한 번 열면 멈출 수 없다. 편의점에서 맥주와 함께 한 봉지, 휴일에 누워 뒹굴뒹굴하다 한 봉지, 시즌이 한창인 프로야구를 보면서 또 한 봉지 먹다 보면 올여름에는 도대체 몇 봉지의 감자칩을 먹을지 예상도 안 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감자칩 시장규모는 무려 2200억원. 감자칩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감자의 양도 약 6만톤에 달한다. 쪄먹고, 구워 먹고 튀겨먹는 일반 생식용 감자만큼이나 감자칩 역시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효자상품 ‘포카칩’을 앞세운 오리온, 2014년 감자칩 업계의 돌풍을 불러일으킨 ‘허니버터칩’을 만들어낸 주역 해태제과, 전통과 상징성으로 대표되는 ‘포테토칩’의 명가 농심까지, 내로라하는 식품 기업에서 감자칩에 주력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시장이 커지니 제품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오리온에서는 최근 포카칩의 아성을 이을 ‘콰삭칩’을 선보였고, 해태제과는 기존 감자칩에 비해 염도를 절반 이하로 낮춘 ‘생생감자칩’을, 농심은 프리미엄 라인 ‘수미칩’에 여러 가지 맛을 입혀 제품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른바 감자칩 춘추전국시대라 부를 만한 상황.

업계에 따르면 맥주 소비가 느는 여름에 접어들면 감자칩의 인기도 덩달아 올라간다고 한다. 오리온 관계자는 “맥주가 많이 팔리는 여름철은 감자칩의 성수기다”라고 말했다. 실제 감자칩 업계 1위인 오리온 포카칩의 최근 3년 동안 매출액을 보면 6~9월 여름 매출액이 다른 달에 견줘 평균 8% 높다.

최근 감자칩 열풍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있다. 오리온의 ‘포카칩’을 두고 래퍼들 사이에서 싸움 아닌 싸움이 일어난 것. 래퍼 ‘릴보이’와 ‘원슈타인’은 ‘포카칩 오리지널’과 ‘포카칩 어니언맛’을 두고 각자 최애 과자 배틀을 벌였다. 장난스러운 해프닝으로 지나간 사건이지만, 둘의 배틀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설전이 이어질 정도였다. 감자칩을 향한 진심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그야말로 감자칩은 ‘뜨거운 감자’가 아닐 수 없다.

감자칩 반죽으로 만든 감자수프. 백문영 제공
감자칩 반죽으로 만든 감자수프. 백문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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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감자수프 맛인데?

그냥 먹어도 맛있는 감자칩이지만 매일 먹는 감자칩, 뭔가 특별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는 없을까? 검색창에 ‘감자칩 레시피’라고 치면 수백, 수천 가지의 감자칩 응용 요리법이 등장한다. ‘감자칩을 더 맛있게 먹겠다’는 고민에서 시작된 일일 테다. 인터넷에서 찾은 그럴듯한 레시피에 ‘나만의 킥’을 더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보았다. 얼추 ‘감자칩 파인다이닝’을 기대하고 시작한 일이었다.

첫 요리는 감자전이다. 옥수수 전분을 뭉쳐 만든 ‘가짜 감자칩’이 아닌, 생감자를 썰어 튀겨낸 감자칩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자칩 한 봉지(60~66g 기준)를 밀대로 밀어 작은 조각으로 으깨는 것이 첫 번째 단계다. 가루가 될 정도로 빻기보다는 밀대로 슬슬 밀어 작은 조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으깬 감자칩 조각에 물을 100g 정도 넣고 10여 분 정도 충분히 기다리니 순식간에 물을 빨아들여 진짜 감자를 갈아 놓은 것 같은 반죽 형태가 되었다. ‘이게 진짜 되나’ 의심하는 마음 반, ‘잘 됐으면 좋겠다’는 기대 반으로 프라이팬 위에 얇게 펼치고 중간 불에서 슬슬 익혔다. 고소한 냄새, 지글지글 구워지는 모양새까지 ‘진짜 감자전’ 같았다. 문제는 반쯤 익은 전을 뒤집을 때였다. 평소 같으면 전분이 뭉쳐 깨끗하게 뒤집혔을 전이 형태를 잃고 조각조각 부스러졌다. ‘간단 요리’를 표방하면서 밀가루 따위를 쓰지 않은 탓이다.

밀대를 사용하면 쉽게 감자칩을 으깰 수 있다. 백문영 제공
밀대를 사용하면 쉽게 감자칩을 으깰 수 있다. 백문영 제공

조각난 감자전을 뒤로하고 반죽에 밀가루를 반 스푼 정도 넣어 섞은 뒤 다시 프라이팬에 올렸다. 뒤집어도 완벽한 모양, 단단한 질감까지 이번에는 성공이었다. 이 기쁨에 힘입어 이번엔 반죽에 베이컨을 썰어 넣고 부친 뒤 피자 시켜 먹고 남은 파르메산 치즈를 얹었다. 과자를 부수어 만든 전이라 장난스러운 맛일 것 같다는 편견은 넣어두시라. 진짜 감자를 갈아 만든 것 같은 구수한 감자 맛, 바삭한 테두리의 식감, 과자에 되어 있는 짭조름한 양념의 조화가 놀랍도록 좋았다. ‘감자칩으로 만든 전이다’ 라고 얘기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를, 초간단 감자전을 완성했다.

두 번째 요리는 어니언 감자수프. 감자칩 한 봉지를 밀대로 잘게 부순 뒤 우유 270g을 넣고 10여 분 정도 기다리는 것이 첫 번째 단계다. 양파 시즈닝을 뿌린 ‘어니언맛 감자칩’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금 1/4 스푼을 넣고 약한 불에서 끓인 뒤 수프가 끓어오를 때 불을 껐다. 접시에 옮겨 담고 후추 조금, 파르메산 치즈와 체더 치즈를 얹고 트뤼플 오일까지 살짝 뿌렸다. ‘생각보다 느낌 나는데’ 생각하면서 떠먹은 어니언 감자 수프 역시 성공적이었다. 이런 감동을 나만 느낄 수 없어 집에 있던 가족들에게 먹여 보았더니 ‘시판 수프보다 고급스러운 맛이 난다’는 평을 했다. 한 일이라고는 으깬 감자칩을 부치거나 끓이기만 했는데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이 탄생했다.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는 것 아니라’는 말이 있지만, 이건 결코 장난이 아니다. 감자칩을 활용한 요리법이 왜 이렇게 세상에 많은지, 왜 사람들이 감자칩 응용 요리에 열광하는지 알게 된 계기였다.

감자칩과 잘 어울리는 너브내 화이트 스파클링. 샤또 나드리 홈페이지 갈무리
감자칩과 잘 어울리는 너브내 화이트 스파클링. 샤또 나드리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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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와인과 매칭 ‘굿’

내친김에 감자칩과 어울리는 술도 찾아보기로 했다. 왜 감자칩에는 맥주만 어울린다고 생각할까? 물론 간이 잘 밴 감자칩과 시원하고 청량한 라거 맥주는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기는 하다. 하지만 좀 식상하지 않은가? 와인은 어떨까? 막걸리는 이상할까?

최정욱 소믈리에는 “감자칩에 사용되는 감자가 대부분 국내산 감자기 때문에 한국 와인이나 탄산감이 있는 막걸리와 잘 어울린다”며 “강원도 홍천 샤또 나드리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너브내 화이트 스파클링’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너브내 화이트 스파클링은 강원도 포도 품종 ‘청향’으로 만드는 한국 와인이다. 실제 먹어 보니, 탄산 있는 맥주와 감자칩을 먹듯, 부드러운 탄산과 가벼운 단맛이 있는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에 짭조름한 감자칩도 꽤 잘 어울렸다. 최 소믈리에는 “외국 와인 중에서는 프랑스 루아르 지역에서 생산하는 산미가 좋은 소비뇽 블랑이 잘 어울린다”고 조언했다. 입안에 남아있는 감자칩 특유의 전분기를 산미가 좋은 소비뇽 블랑이 씻어 내려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백문영 객원기자 moonyoungba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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