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을 함께 사용하면 창의력에 좋다고 했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노트는 누구나 부러워한다.
나 역시 한때는 다빈치의 노트를 동경했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포토 프린터로 인쇄하여 메모지에 풀로 붙이고 손글씨를 곁들였다. 바닥에 펼쳐놓거나 벽에 잔뜩 붙여두고 책을 썼다. 보기에 뿌듯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만뒀다. 지나치게 품이 드는 작업이라 그렇다.
요즘은 생각이 막힐 때 인터넷을 이용한다. 구글이나 사진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떠오르는 단어를 입력한다. ‘나운프로젝트’ 같은 사이트에 들어가 영어 낱말을 넣어도 본다. 검색 결과로 올라오는 수많은 이미지에서 눈에 띄는 것을 골라 노션 같은 프로그램에 정리하다 보면,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글과 그림을 함께 사용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마인드맵도 유명하다. 마인드맵은 종이 가운데 큰 이미지를 그리고 단어와 그림으로 가지를 치며 생각을 발전시키는 유명한 방법이다. 시스템 다이어리를 사서 스티커와 색깔 펜으로 예쁘게 장식하는 방법도 널리 쓰인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나는 검은 도화지에 금색과 은색 펜으로 크고 작은 글씨를 그렸다.
숱한 방법을 통틀어 핵심은 “예쁘게 꾸민다”라고 생각한다. 어째서 이 방법이 창의력에 도움이 될까? 한때는 오른쪽 뇌와 왼쪽 뇌로 설명하는 일이 유행이었다. 글을 쓰는 일은 왼쪽 뇌가, 그림을 그리는 일은 오른쪽 뇌가 맡으니, 양쪽 뇌를 동시에 쓰면 좋다는 이야기였다. 심지어 이마의 등고선 사진을 찍어 “이 사람은 왼쪽 이마가 튀어나왔으니 이성적이고 저 사람은 오른쪽 이마가 도드라졌으니 감성적”이라고 분석하는, 19세기의 골상학을 떠올리게 하는 연구도 나는 본 적이 있다. 정말 그런지 아닌지 나는 잘 모르겠다.
누구나 동의할 안전한 설명도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란 오래된 요소의 새로운 조합”이라고 웹 영은 말했다. 그림과 글을 조합하다 보면 ‘오래된 요소를 새롭게 조합할’ 기회가 많다. 왼쪽 뇌인지 오른쪽 뇌인지는 몰라도 평소 안 쓰던 뇌의 구석구석을 쓰게 된다. 그림과 글을 어울리게 짝 맞추어 꾸미는 일은, 글만 툭 적어두는 것보다 시간도 들고 정성도 들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점이 문제기도 하다. 시간과 정성을 노트에 쏟아붓느라 실제로 작업을 할 시간이 줄어들 수도 있다. 천재로 소문난 레오나르도 다빈치였지만 창작보다 준비하는 일에 지나치게 공을 들였고, 그 때문에 완성한 작품은 많지 않았다. 영감이 지나치면 실무에 방해되는 법이라고 그때 사람들은 수군댔다는 것이다. (나는 천재도 아닌데 마감만 늦어져 죄송할 따름이다.)
한편 글과 그림을 함께 만지는 방식은 기억력에도 도움이 된다. 외우는 일에 시간과 정성을 많이 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인드맵을 창시한 토니 부잔은 고대의 기억술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다음에는 여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김태권(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