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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은 어렵다. 집중이 어려운 시대다. 나는 집중이 창의력에 도움이 된다는 글을 쓰려고 한다. 그런데 글 쓰는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부르르르." 전화가 왔다. "으아앙." 아이가 운다. 책상에 다시 앉으니 '껌뻑껌뻑' 메신저가 말을 건다.
집중을 방해하는 첫번째는 갑자기 끼어드는 일들이다. 끼어드는 일은 호흡을 끊는다. 흐트러진 집중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한 일도 없는데 지치기 십상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났다. ‘맞다. 수시로 끼어드는 일을 적당히 처리하는 방법을 익혀 두었지.’
데이비드 앨런이 쓴 <쏟아지는 일 완벽하게 해내는 법>에선 좋은 방법이 많이 소개됐는데, 내가 여러 해 동안 도움받은 기술이 있다. ‘인박스’ 방법이다. 서류 넣는 통을 만들어놓고 ‘인박스’(‘미결 서류함’ 또는 ‘받은 메일함’이라는 뜻)라고 이름 짓는다. 집중해서 일하는 동안 다른 일이 끼어들면, 깊이 생각하지 말고 일단 인박스에 넣어두면 된다. 나중에 틈날 때마다 인박스를 비운다. 요즘 사람들은 인박스를 스마트폰에 적어놓는 것 같다. 나는 ‘노션’(디지털 다이어리의 일종)에 인박스 항목을 만들어 요긴하게 쓰고 있다.
글에 다시 집중해볼까. 그런데 여전히 쉽지 않다. 자료를 뒤적이다 생각이 엉뚱한 곳으로 흐른다. 적당한 산만함은 창의력에 좋다. 제임스 웹 영의 지적대로, 익숙한 요소를 ‘새롭게 조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친 산만함은 집중하지 못하는 두번째 원인이다. 산만함을 묶어둬야 한다.
열쇳말을 잊지 않는 좋은 방법이 있다. 토니 부잔은 마인드맵을 개발한 사람이다. 부잔의 원조 마인드맵 기술에 따르면, 마인드맵 가운데에 핵심 열쇳말을 큼지막한 글씨로 써놓아야 한다.(요즘의 변형 마인드맵이 자주 빼먹는 부분이다) 일본의 디자이너 이마이즈미 히로아키가 개발한 만다라트 방법도 열쇳말이 한가운데부터 여덟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방법이다.
내 글에서 열쇳말은 ‘집중력’이 될 것이다. 나는 책을 덮고 인터넷 창을 닫고 다시 글을 쓴다. 그런데 딴생각이 계속 든다. 수시로 인터넷에 들어가 보고 싶고 스마트폰을 열어보고 싶고 에스엔에스(SNS)를 확인하고 싶다. 나만 빼고 세상이 돌아가는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과 강박, 이것이 집중을 방해하는 세번째 요소다.
“디지털 디톡스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책 <도둑맞은 집중력>을 쓴 요한 하리는 잘라 말한다. 우리가 현실 세계의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까닭은 우리 잘못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오늘날의 자본주의 때문이고, 이 산만함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세상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논쟁해볼 주제 같기는 하다. 아무튼 집중은 어렵다.
글·그림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