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이 온다. 깨달음의 순간이 온다. 이때의 즐거움은 비할 바 없다. 이 순간을 “유레카”라고들 이른다. 옛 그리스말로는 “헤우레카”라고 했다(‘레’를 길게 발음한다). “나는 알아냈다”라는 뜻이다. 옛날 과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이 말을 외치며 벌거벗은 채 거리를 달렸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다들 알고 계실 이야기다. 임금님이 금을 주고 왕관을 만들어 오게 했다. 그런데 의심이 들었다. 만드는 사람이 금을 빼돌리고 은을 섞었으면 어쩌지? 왕관이 정말 순금으로 만들어졌는지, 왕관을 파괴하지 않은 채 알아내라고 아르키메데스를 시켰다. 어려운 문제였다. 아르키메데스는 고민하던 중 욕조에 들어가다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금과 은은 비중이 다르니 무게가 같아도 부피가 다를 터이며 물이 넘치는 양도 다르리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헤우레카”라고 외치며 옷 입는 일도 잊은 채 거리로 달려 나갔다.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수염 아저씨의 스트리킹에 대해 알지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다. 나는 다만 그가 “욕조에 들어가던 참”이었다는 데 주목한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얻는 과정을 서너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물론 그 전에 문제를 이해할 배경지식이 있어야 한다. 아르키메데스는 훈련받은 과학자였다. 집중력도 뛰어났다. 기하학 문제를 붙들고 씨름하다가 로마 병사에게 목숨을 잃은 이야기 역시 널리 알려져 있다. 아마 지어낸 일화겠지만.
그런데 고민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휴식이건 취미생활이건 잠시 다른 일을 해줘야 한다. “셜록 홈스가 사건을 해결하던 중 모든 것을 멈추고 왓슨을 음악회에 불러내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가 자주 참고하는 웹 영 역시 그의 발상법 중에 ‘휴식 단계’를 강조했다. “음악을 듣고, 영화나 연극을 보고, 시나 추리소설을 읽어라.” 또는 욕조에 들어가 목욕을 할 수도 있겠다. 아르키메데스처럼 말이다. 그러다 보면 깨달음의 단계가 온다.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중력의 법칙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지어낸 일화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정말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고 해서 오히려 놀랐다. 아무려나 과천과학관에는 뉴턴의 사과나무를 접붙여 기른 손주뻘 되는 나무가 있다. 물론 같은 사과나무 그늘 아래에 들어가도 내게는 좋은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뉴턴이 아이디어를 얻은 공간이 밀폐된 서재가 아니라 나무 그늘 아래였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1666년 돌림병 때문에 대학이 문을 닫았고, 연구만 하던 뉴턴도 고향에서 강제로 휴식을 취하게 된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휴식도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정치인들도 시민의 노동시간을 늘리겠다 경쟁하기보다는 휴식과 취미생활을 강제하는 법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나라 안 사람들의 창조성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