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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울긋불긋 단풍 옷 입은 숲에서 가을을 만나다

등록 2021-10-22 04:59수정 2021-10-23 02:00

수도권 단풍 명소 경기 화담숲
단풍 축제 새달 14일까지 진행
내장단풍 등 400품종 다양
국화·구절초 등 가을꽃 만발
단풍나무 사이를 지나가는 모노레일. 곤지암리조트 제공
단풍나무 사이를 지나가는 모노레일. 곤지암리조트 제공

온 산이 붉게 물드는 단풍의 계절이다. 이때만 볼 수 있는 단풍은 가을의 선물이다. 울긋불긋 가을의 색을 감상하기 위해 잠시 떠나고 싶은 마음마저 일렁이는 계절. 단풍 명소로 유명한 설악산, 내장산 등에 멀리 가지 않더라도 서울 근교에서 산책하며 단풍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화담숲이다. 가을철 화담숲은 내장단풍, 당단풍, 털단풍, 노르웨이단풍 등 400여 품종의 단풍과 국화 100만송이가 어우러져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관광 100선’에 2회 연속 이름을 올리며 빼어난 풍광을 인정받기도 했다.

자작나무 1000여그루가 있는 자작나무숲. 허윤희 기자
자작나무 1000여그루가 있는 자작나무숲.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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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게 이야기 나누다

‘자연과 벗하고 화담하시며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걸어보세요.’ 지난 14일에 찾은 화담숲 입구에는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글귀가 보였다. 화담숲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으로 인간과 자연이 교감할 수 있도록 만든 생태공간이다. 엘지(LG)상록재단이 자연생태환경 복원과 보호를 위한 공익사업 목적으로 설립해 운영하는 곳이다. 16만5265㎡(약 5만평) 대지에 국내외 식물 4300여종이 자라고 있다.

화담숲은 소나무정원, 분재원 등 17개의 테마원으로 꾸며져 있다. 화담숲 정문에서 걸어 들어와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테마원은 이끼원. 산기슭에 솔이끼, 돌솔이끼, 깃털이끼, 서리이끼 등 이끼 30여종이 있다. 쉽게 볼 수 없는 다양한 종류의 이끼를 한자리에서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화담숲의 식물을 관리하는 한승희 가드너는 “이끼원에 붉은 계열의 단풍나무가 많다. 아래에 있는 푸른 이끼와 나무의 단풍이 대비를 이뤄 방문객들이 좋아하는 테마원이다”라고 말했다.

이끼원에서 5분 정도 올라가면 약속의 다리를 만날 수 있다. 약속의 다리에는 하트 모양의 조형물과 방문객들이 달아놓은 자물쇠가 있다. 이곳은 경관이 아름다운 최고의 뷰포인트 중 한곳이다. 약속의 다리에서 화담숲을 내려다보면 점점 붉게 물드는 단풍을 눈에 가득 담을 수 있다.

한승희 가드너는 “10월과 11월에 화담숲을 찾는 방문객이 가장 많다. 약속의 다리에서 단풍나무를 가장 잘 볼 수 있어 가을에는 이곳에 사람이 가장 많다”며 “올해 화담숲 단풍이 가장 예쁘게 드는 시기는 10월 말이나 11월 초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약속의 다리를 건너 나무 데크길을 따라 걸으면 색다른 풍경을 마주한다. 새하얀 자작나무 1000여그루가 있는 ‘자작나무 숲과 소망 돌탑’이다. 하늘을 향해 길게 쭉 뻗은 자작나무 사이에 돌탑이 여러개 우뚝 서 있다. 봄에 오면 하얀 자작나무와 노란 수선화를 함께 볼 수 있다. 가을에는 노랗게 물드는 자작나무의 잎과 돌탑을 타고 올라가는 붉은 담쟁이를 감상할 수 있다. 자작나무 숲 데크길에 벤치가 있어 사진도 찍고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다.

같은 숲 안에 있어도 테마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1300여그루의 소나무가 어우러져 있는 소나무 정원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쭉 뻗어 있거나 다양한 형태로 꼬인 모양을 한 소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곳에 오면 나무 한 그루의 자연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땅에 소나무 등 분재 250점을 전시하는 ‘분재원’은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다. 분재원은 다랑논 형태의 완만한 계단식 정원으로 꾸며졌다. 수억년 전의 나무 화석인 규화목, 93살의 모과나무, 두개의 가지가 양쪽으로 뻗어 나와 하트를 그리는 ‘러브송(松)’ 등이 있다. 러브송은 화담숲의 포토존으로 유명하다. 분재원 수장고에는 칠성봉, 서래봉, 촉석루 의암 등 지역의 명소 바위를 본떠 만든 모형이 전시돼 있다.

자작나무숲에 있는 붉은 담쟁이. 허윤희 기자
자작나무숲에 있는 붉은 담쟁이. 허윤희 기자

원앙 연못과 한옥 주막. 허윤희 기자
원앙 연못과 한옥 주막. 허윤희 기자

화담숲 풍경을 찍는 방문객들. 허윤희 기자
화담숲 풍경을 찍는 방문객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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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데크길을 따라

발이봉(482m) 기슭에 있는 화담숲 탐방로의 길이는 2㎞. 탐방로를 다 걸으려면 2~3시간 정도 걸린다. 등산하는 듯 힘겹게 느낄 수 있는데 모든 탐방로에 완만한 나무 데크가 깔려 있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휠체어와 유아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다. 걷다가 힘들면 중간에 있는 모노레일을 타고 관람할 수 있다. 모노레일은 1, 2, 3구간을 운영하고 있다. 화담숲 이끼원 입구인 1승강장에서 타면 전망대인 2승강장까지 갈 수 있다.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타는 구간이다. 모노레일을 타고 1~3구간을 돌면 약 20분 정도 걸린다. 모노레일을 타려면 방문 당일 선착순으로 현장 발권을 받아야 한다.

화담숲 탐방로는 빠른 관람길, 완만한 관람길로 나뉘어 있다. 완만한 관람길은 경사가 낮은 나무 데크길이고, 빠른 관람길은 돌계단으로 돼 있다. 빠른 관람길로 가면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시간 여유를 두고 완만한 관람길을 걷기를 추천한다. 오래 걸으려면 운동화도 필수다.

가을길을 걸으면 뜻밖의 풍경을 마주한다. 이날 데크길을 걸으며 보니 도토리가 나무 데크에 떨어져 굴러갔다. 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 다람쥐의 먹이통에 넣어준 관람객들이 있었다.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먹이를 모으러 다니는 다람쥐도 볼 수 있었다.

선선한 바람이 불 때마다 잎이 떨어져 운치 있는 가을 풍경을 만들었다. “와, 추남이다!” 가을 감성에 젖은 방문객들은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느라 분주했다. 화담숲에는 계곡과 연못이 있어 물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다. 산에 둥지를 튼 새들의 소리도 물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계곡 중간에 발을 담글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산책길 중간중간 나무 그늘에 놓인 벤치와 쉼터도 있다. 이곳에 음식물을 갖고 들어올 수 없다. 자연을 느끼며 걷고 조용히 쉬는 것이 관람의 포인트다. 대신 출입구 쪽에 있는 원앙 연못의 한옥 주막에서 연못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

화담숲에 가면 걸으며 꽃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계절마다 다양한 꽃들이 피고 진다. 꽃에 따라 다른 색깔로 물든다. 봄에는 산수유와 진달래, 철쭉, 여름에는 산수국, 무궁화가 피어 있다. 가을에는 다양한 국화뿐 아니라 구절초, 청화쑥부쟁이가 화담숲 곳곳에 있다. 노랑, 파랑, 분홍 등 다채로운 꽃의 물결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흔히 볼 수 없는 영롱한 청보랏빛의 청화쑥부쟁이를 화담숲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니 방문한 계절에 따라 걷고 싶은 코스와 관람 동선을 짜면 좋다. 봄에는 철쭉 진달래길, 여름에는 장미원과 수국원, 가을에는 이끼원, 자작나무 숲, 소나무 정원, 전통 담장길, 추억의 정원길 코스가 계절을 느끼며 걷기에 제격이다.

화담숲의 국화. 허윤희 기자
화담숲의 국화. 허윤희 기자

밤에 즐기는 단풍축제 화담숲은 15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단풍축제를 진행한다. 이 기간에만 저녁 7시부터 밤 10시까지 야간 개장을 한다. 조명 빛과 함께 어우러진 단풍을 관람할 수 있다. 야간 개장은 사전 온라인 예약으로만 진행되며 화담숲 누리집에서 예약할 수 있다. 안전한 관람을 위해 1일 최대 1500명 정원제로 진행되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1명이 2장까지 예약할 수 있다. 입장료는 성인 1만원이고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9000원이다.

더불어 화담숲에서는 단풍축제 기간 아이들과 함께 숲을 거닐며 나무와 숲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숲 해설 프로그램’, 화담숲만의 특별한 식물을 찾아보는 ‘가을 스탬프 투어’ 등 다양한 체험 행사를 운영한다.

다채로운 가을의 색으로 물든 숲속. 그 안의 산책길을 고요히 걷다 보면, 가을의 고즈넉함을 한껏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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