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주전골-만경대 코스의 풍경. 김강은 제공
#설악산 주전골계곡-만경대
코스: 약수터탐방지원센터-주전골-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만경대-약수터
거리: 약 5㎞
시간: 약 2시간30분
난이도: ★★★
#설악산 토왕성폭포
코스: 소공원-육담폭포-비룡폭포-토왕성폭포 전망대-원점회귀
거리: 약 5㎞
시간: 약 2시간10분
난이도: ★★☆
올해는 가을이 지각이다. 부지런할수록 화려한 풍경을 ‘득템’하는 계절, 가을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강원도의 산들은 11월이면 절정을 지나야 정상인데 이제야 물들어가는 추세다. 화려한 절경과 바위 타는 재미에 많은 등산 마니아들의 로망이자 모험심을 불태우는 존재, 설악산. 반면 초보 등산러들에게 너무 무서운 당신! 이번 ‘산, 네게 반했어’에서는 초보 하이커도 큰 어려움 없이 그 매력에 퐁당 빠져 버릴 ‘설악산의 단풍 코스’를 소개한다.
화려한 가을 단풍으로 가장 유명한 설악산의 코스는 바로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의 ‘주전골 계곡’이다. 도적들이 숨어서 위조 엽전을 만들었던 곳이라 주전골이라 불려왔다. 철분 함유로 비릿한 맛이 나는 오색약수를 시작으로, 빽빽이 들어찬 바위와 나무의 숲 사이를 걷는다. ‘설악산이 이렇게 쉽다고?’라고 할 정도로 둘레길처럼 편안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입구에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바위 독주암을 시작으로 요새처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만물상 바위들, 도적들이 숨어 살았을 법한 기암괴석 도적굴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곧 이어지는 푸른 용이 비상하기 전 웅크리고 있는 듯한 모습의 용소폭포도 빼놓을 수 없다.
만경대는 가을 시즌인 단 66일 동안(9월10일~11월14일)만 개방한다. 만경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주전골과는 또 다른 세상이다. 만 가지의 형상을 담고 있는 만물상 바위를 비롯해 점봉산과 설악산 한계령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자연이 빚은 대작을 두 눈으로 마주한다면 설악산의 매력에 흠뻑 취해버리는 건 순식간이다.
‘강원도까지 왔으니 이왕이면 더 긴 코스를 걸어야지’라는 생각이 화근이었다. 토왕성폭포 전망대 코스를 뒤늦게 발견한 자신을 뉘우친다. 약 1시간이라는 작은 노력으로 도달할 수 있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절대 작지 않다. 전망대에서 펼쳐지는 어마어마한 골짜기 사이로 떨어지는 기나긴 한줄기 폭포, 마치 시지(CG)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온 듯 온몸에 전율이 돋는다.
45년간 출입통제되었던 이곳은 2015년 토왕성폭포 전망대 코스로 개방되었다. 명상길처럼 편안한 숲길로 시작해 빛깔부터 다른 계곡 물길을 벗 삼아 걷다 보면 세상 고민거리는 사라지고 흥겨운 마음만 차오른다. 선녀의 하얀 옷자락 같은 육담폭포와, 선녀들이 목욕했을 법한 비룡폭포의 푸른 소를 지나면 이 코스의 가장 큰 고비인 400m의 계단이 이어진다. 그러나 3~5살 아이와도 함께 다녀왔다는 후기도 들리니 친구, 연인, 가족, 그 누구라도 쉽게 대자연을 마주할 수 있는 코스가 아닐까. 가을이 저 멀리 도망가기 전에 부지런히 다녀오자.
김강은 벽화가·하이킹 아티스트
설악산의 풍경을 그리는 김강은 작가. 김강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