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법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드는 방법이다. 최근에 나온 두권의 작법서를 읽고 이 글을 쓴다.
첫번째 책은 <아이디어 탐색자를 위한 존 클리즈의 유쾌한 창조성 가이드>(존 클리즈 지음, 김평주 옮김, 경당 펴냄). 존 클리즈는 누구인가. 음악에서 비틀스 같은 존재가 코미디에도 있다. 몬티 파이선이라는 그룹이다. 존 클리즈는 바로 그 몬티 파이선의 멤버였다. ‘창작하다가 쉬는 동안에도 우리 무의식은 창작을 계속한다’는 내용이 책의 중심이다. 이 칼럼에서 소개한 적 있는 이야기다. 두번째 책은 <당장 써!>(맥라우드 형제 지음, 이영래 옮김, 북드림 펴냄). 맥라우드 형제는 디즈니며 드림웍스며 최고의 회사와 일했다. 대표작은 우리가 잘 아는 <바다 탐험대 옥토넛>이다.
두 책 모두 지은이 이력이 화려하다. 오랜 시간 창작자로 활동한 작가들이다. 작법도 자유자재로 구사할 것이다. 그런데 두 책 다 얇고 쉽다. 어려운 이야기는 쏙 뺐다. 무엇보다도 플롯이니 구성이니 하는 구조에 관한 이야기가 별로 없다. 작법서도 변하는구나 싶어 나는 놀랐다.
옛날 작법서들은 작품의 구조를 중시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이래로 그랬다. 시드니 앨빈 필드는 삼장구조와 플롯 포인트를, 융은 아르케 타입을, 조지프 캠벨은 영웅의 여정 10여 단계를, 크리스토퍼 보글러는 캠벨 이론을 정리하여 열두 단계 이론을 폈다. 얼마 전 널리 읽던 블레이크 스나이더의 <세이브 더 캣!> 역시 작품의 구조에 대해 다룬다. 방금 튀어나온 낯선 용어들에 독자님은 놀라지 마시길. 이런 말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이 글의 주제가 아니니까.
구조에 대해 나는 열심히 공부했다. 공부가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성공한 작품 대부분은 이론에 맞춰 분석할 수 있다고 나는 믿게 되었다. 남들이 ‘대안적 플롯’으로 분류하는 실험적인 영화도 나는 열두 단계 이론으로 풀곤 했다. 여러해 동안 나는 플롯 분석을 강의했고, 듣는 분들은 나를 보며 신기해했다.
내 자랑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반대다. 나는 좋은 선생이 아니었나 보다. 강의 듣는 분이 진기명기 보듯 나를 구경하면 안 된다. 이론을 직접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다. 옛날 작법서는 두껍고 어렵다. 사람을 겁주어 쫓아버리는 책이 많았다. 지금 나오는 작법서는 격려와 용기를 주는 것 같아 다행이다. <당장 써!>라니 한국어 제목도 마음에 든다.
그래도 이야기의 구조를 알면 이야기를 더 흥미진진하게 지을 수 있다. <당장 써!>의 뒷부분에는 최소한의 이야기 구조가 몇가지 소개된다. ‘5막 구성’ 구조가 좋아 보인다. “(1) 사건들이 시작된다. (2) 일이 잘 풀린다! (3) 일이 꼬인다. (4) 일이 끔찍해진다! (5) 모든 것이 해결된다.” 일이 풀리다가 꼬이다가 풀리다가 꼬이다가 엎치락뒤치락 롤러코스터를 태우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전에 살펴본 ‘아이러니가 있는 조합’이라는 창의성의 큰 원칙과도 들어맞는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