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추얼 플랫폼 ‘밑미’ 손하빈 대표
‘갓생’(God+生).
지난해 김유진 변호사가 〈티브이엔〉(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서 “매일 4시30분에 일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고 말한 뒤 그에게 붙은 별명이다. 비슷한 시기 ‘미러클 모닝’ 열풍이 불었다. 코로나로 일상이 흔들리면서 습관 형성을 돕는 애플리케이션이 여럿 나왔다. 챌린저스, 캐시워크 등도 인기를 끌었다.
리추얼은 의식적 반복이다. 사소한 것도 리추얼이 될 수 있지만 혼자 하려면 쉽게 무너진다. 지난해 9월 서비스를 시작한 ‘밑미’(meet me)는 ‘함께’ 리추얼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밑미’에서는 ‘리추얼메이커’와 6~20명이 한 그룹이 돼 단체 대화방 등에 활동을 공유하고 응원한다. 느슨한 연대인 셈이다. ‘매일 영감 수집’ ‘드로잉 일기 쓰기’ 등 45개 리추얼 프로그램이 있다. 1년3개월 만에 회원이 5천명이 됐다. ‘밑미’의 손하빈(37) 대표에게 ‘리추얼’의 힘에 대해 들어봤다.
―나만의 연말 리추얼이 있다면?
“친구들과 매년 뭘 좋아했고, 뭘 주저했고, 어떤 갈등을 겪었는지 등을 회고해요. 그 회고 뒤에 서로 어떤 느낌인지, 무슨 생각이 드는지 물어요. 자기 관찰이죠. 지난해 그 질문을 담은 카드를 재미로 200개 만들었는데 일주일 만에 다 팔렸어요. 생각보다 사람들이 회고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일상에서 하는 나만의 리추얼은?
“2년 전부터 매일 밤 40분 동안 인문학 책을 읽고 감정 일기를 써요. 첫 달엔 성취감이 들고, 두세 달 지나면 자신만의 감정이나 생각 패턴이 보여요. 이게 가장 큰 수확이에요. 이 기록을 보면 내가 진짜 원하는 걸 알게 되니까 뭘 해야 할지 방향이 보여요.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고 ‘밑미’를 시작했어요.”
―리추얼을 하기 전에는 어땠나?
“저는 성과지향적인 사람이었어요. 울산 비평준화 지역에 살았는데 가족들이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그런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좋은 대학에 가는 게 중요한 목표가 됐어요. 첫 직장은 외국계 대기업이었어요. 그 일이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름이 알려진 곳이라 선택했어요. 그런데 성취하면 할수록 허무해졌어요. 그러다 에어비앤비에 입사하게 됐어요. 거기 사람들은 취향을 존중해요. 서로 견제하지 않고 자기 삶을 돌보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어요. 그런 커뮤니티에 있다 보니 제가 변했어요. 그래서 ‘나다움’을 응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를 꾸리고 싶었어요. 에어비앤비에서 만난 동료 세 명과 함께 창업한 이유예요.”
―‘밑미’ 서비스는 어떤 사람들이 이용하나?
“20~30대가 많아요. 일상에서 자기를 표현하는 데 익숙한 세대인 거 같아요. 직장이나 직책이 행복을 보장해줄 수 없다는 걸 경험했죠. ‘거절을 못했는데 이제 할 수 있다’, ‘자기가 원하는 게 아니라 부모님의 뜻이었다는 걸 알았다’ 이런 후기를 보며 리추얼의 힘을 확신해요.”
―향후 계획은?
“일상의 모든 영역으로 리추얼을 확대해가려 해요. 시니어나 10대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가격대를 다양화하고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앱도 만들려고요.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와 협업으로 리추얼 시리즈를 책으로 내요. 저희 프로그램은 성취가 목표가 아니에요. 힘들면 그냥 쉬라고 해요. 그게 다른 자기개발 브랜드와 차별점이에요. ‘나다워도 된다’는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게 중요하죠. 매일 자기를 돌보고 다정하게 바라본 사람은 시련이 와도 자신에게 ‘괜찮다’고 말해줄 힘이 있어요.”
김소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