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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새해에도, 불편하지만 ‘고 비건’!

등록 2022-01-14 10:56수정 2022-01-14 11:02

비건하고 있습니다
비건을 ‘정신 질환’ 취급하는 사회
불편하고 쉽지 않은 길이지만
편리함 속 감춰진 고통 알아야
일러스트레이션 백승영
일러스트레이션 백승영

2022년 새해가 밝았다. 여러분께 드리는 나의 새해 인사는 바로 ‘고 비건’(Go Vegan)이다.

‘고 비건’은 동물성 소비를 지양하는 비거니즘을 실천해보라는 초대이다. 새해부터 비건을 하라니 갑작스럽고 불편하다고? 불편하라고 하는 말이다. 편하기만 한 새해는 아쉽기 마련이다. 변화를 다짐하고, 그로부터 새로운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때가 새해 아니겠는가. 새해 다짐 중에 전부터 이어온 익숙한 습관은 과연 몇이나 되는가? ‘올해도 이대로 계속 집에서 넷플릭스만 봐야지’와 같은 새해 다짐은 조금 허무하지 않나.

불편한 산을 넘으면 더 불편한 산이 하나 더 있다. ‘비건은 불편하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남들에게 자주 꺼내는 이야기는 아니다.) 누군가 “비건 어때? 어렵지 않아?”라고 물으면, “너무 쉬워”라든가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고 답하지만, 속으로는 ‘제발 그만 질문하면 안 될까…’라고 생각한다. 비건으로 사는 것은 절대 편하지 않다.

비거니즘이 불편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모두가 정상성을 쫓는 사회에서 모난 돌이 정 맞는 것처럼 모두가 당연하게 육식을 하는 사회에서 채식을 하면 ‘정신병자’라고 질타받는다. (내 첫 칼럼에 남겨진 댓글을 보시라.) 많은 사람이 종교를 이유로, 윤리나 환경을 이유로, 건강을 이유로 채식하는 데에도 그들을 ‘정신병자’라 몰아세운다. 이는 채식을 하는 이와 정신질환을 지닌 이 모두를 비하하는 언어다. 혐오는 혐오를 부르기 마련이다.

타인의 질타가 크게 불편하지 않더라도 비건의 삶에 여러 제한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매 끼니가 정치 행동으로 이어지지만 그 선택의 폭은 여전히 작다. 물론 모든 실천이 그러하듯 비건 생활도 하다 보면 익숙해져 힘든 줄을 모르나, 시작하고 적응하기까지의 시기는 다른 이야기다. 내가 당연시했던 행동을 돌아보고 이를 멈추는 행위가 쉬울 리가 없다.

외식도 쉽지 않다. 비건 식당이나 메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돈을 아끼는 데에 도움이 되지만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비건은 돈 많은 사람만 할 수 있다고? 비건들은 매년 가격이 오르는 닭튀김을 매주 시켜 먹지도 않고(이제는 거의 2만원에 육박한다), 특별한 날을 기념한답시고 1인분에 10만원은 훌쩍 넘는 소를 먹으러 가지도 않는다.

우리의 편리가 누구의 고통으로 인해 생산되고 유지되는지 알아야 한다. 음식을 먹기 위해 치르는 보이지 않는 비용을 들추어 보아야 한다. 애써 가려놓은 커튼 뒤에는 철장 속 축산 동물이, 축산 노동자가, 바다와 해양 동물이, 산과 나무와 야생동물이 있다. 결국 그 비용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온다. 코로나19와 기후생태위기를 보라.

새해부터 불편한 인사를 건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불편하다는 감각이 중요하다. 코로나19와 기후생태위기 시대에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불편함을 자세히 탐구해볼 필요가 있다. 플라스틱으로 덮인 바다, 화석연료로 지탱되는 산업, 공장식 축산업과 어업, 이로 인해 이 순간 고통을 느끼며 죽임당한 동물과 망가져가는 생태계. 전부 불편하다는 감각을 외면한 결과가 아닌가?

인간은 편한 삶에 만족해야 한다고 말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인간은 변화해야 하며 변화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변화는 편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당신과 나를 포함한 수많은 동물이, 우리가 발 디딘 지구가 조용히 반항하고 있다. 2022년 새해, 여러분께 불편한 삶을, 비건을 지향하는 삶을 시작할 것을 제안해본다. 고 비건!

홍성환(비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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