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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대체육에 보르도, 뜻밖의 환상 조합

등록 2022-02-17 10:56수정 2022-02-18 16:17

임승수의 레드
고기와 찰떡 레드, 비건 함박스테이크에도 엄지 척
고기 식감의 정확한 재현이라는 측면에서는 약간 차이가 느껴진다. 하지만 고기를 대체해서 레드 와인과 즐긴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만족스럽다.
고기 식감의 정확한 재현이라는 측면에서는 약간 차이가 느껴진다. 하지만 고기를 대체해서 레드 와인과 즐긴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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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식 축산업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아내가 작년 여름부터 육고기를 먹지 않는 페스코 채식을 선언했다. 나 역시 아내의 결심을 충분히 공감하고 응원한다. 아직 동참할 준비가 안 된 내 혀가 민망할 뿐. 내내 집에서 붙어사는 부부 작가다 보니 한쪽의 페스코 선언은 상대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삼겹살이나 등심 구워 먹으려다가도 아내 생각에 자제하게 되고, 그 덕분에 나 또한 육고기 섭취량이 대폭 줄었다. 개인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아내는 육고기 놓은 건 별로 아쉽지 않은데, 외식할 때 좀 힘들고 간혹 어르신들과 식사할 때면 눈치가 보인단다. 레드 와인 마실 때도 애로점이 있다는데, 스테이크와의 찰떡궁합을 더 이상 경험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큰 듯 보였다. 사실 이것은 나와도 연관된 문제다. 대부분 아내와 와인을 마시는 내 입장에서는, 아내의 선언 후 육고기 스테이크와 레드 와인을 곁들여 먹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레드 와인에 스테이크 조합이 막히다니, 실로 막대한 손실 아닌가.

그래서 고른 것이 식물성 재료로 만든 ‘대체육’이다. 과연 레드 와인의 영혼의 파트너인 육고기 스테이크를 대체할 수 있을까? 와인 애호가들의 추천과 인터넷 상품 리뷰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선택한 상품은 올가니카의 올비건 함박스테이크다. 여섯개들이를 할인가 3만2920원에 구입했으니, 함박스테이크 한 덩이에 약 5500원이다. 비교 대상으로는 호주산 와규로 만든 원테이블 와규 함박스테이크를 선택했다. 두 덩이에 6200원이니 한 덩이면 3100원. 와인은 2020년 4월에 사서 셀러에 보관하던 샤토 캉트메를르 2015를 꺼냈다. 고기와 대체육 한판 승부의 도우미로는 프랑스 보르도 와인이 무난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단 블라인드 테스트부터 시작했는데, 나와 아내, 그리고 두 딸이 모두 고기와 대체육을 정확히 구분했다. 대체육의 경우 씹다 보면 부서지고 흩어지는 식감이 느껴져 탄탄하고 밀도감 있는 고기 함박과는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둘을 비교하며 감별했기 때문이고, 그냥 고기 함박이라고 주면 속아서 먹을 것 같았다. 후각이 예민한 아내와 첫째 딸은 대체육에서 두부나 두유 향을 감지해냈으니, 이 또한 참고할 만한 사항이다.

레드 와인과 곁들여서 먹어 보니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훌륭한 조합이다. 오히려 육고기 함박스테이크보다 나았다. 나와 아내가 절감한 대체육의 최대 장점은 느끼하지 않다는 것이다. 고기는 먹다 보면 특유의 느끼함 때문에 물리는데, 대체육은 동일한 양을 섭취해도 깔끔하고 개운하다. 비건을 지향하는 아내는 오히려 고기 같지 않으면서도 레드 와인과 훌륭하게 어울린다며 더욱 만족! 두 딸은 그래도 고기가 좋다며 와규 함박스테이크 쪽으로 연신 손을 뻗는다.

모두의 의견을 종합한 결론은 이러하다. 고기 식감의 정확한 재현이라는 측면에서는 약간 차이가 느껴진다. 하지만 고기를 대체해서 레드 와인과 즐긴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만족스럽다. 특히 느끼하지 않아서 좋다. 앞으로 대체육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인류의 식생활에 거대한 변화가 올 것은 확실해 보인다.

글·사진 임승수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저자 reltih@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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