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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창의성 원칙은 다 비슷해

등록 2022-02-17 10:58수정 2022-02-18 16:17

김태권의 영감이 온다
그림 김태권
그림 김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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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나는 깨달았다. 내가 창의성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창의성을 쥐어짜는 도구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에 소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마인드맵은 내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정작 마인드맵이 유명해진 계기는, 수험생이 공부한 내용을 마인드맵으로 정리했더니 기억이 잘되더라는 경험담이었다. ‘한국 사회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입시가 우선이구나’ 하는 생각에, 얼리어답터로서 섭섭했던 것도 같다.

창의성의 도구로 고안된 마인드맵을, 기억의 수단으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을까? 사실 문제가 없다. 창의성과 기억술은 다르지 않다. 마인드맵을 고안한 토니 뷰잰은 또한 기억술을 널리 보급한 사람이기도 하다.

학생 시절 토니 뷰잰은 괴짜 선생님을 만났다. 출석을 부르다 결석한 학생이 나오면 그 생년월일과 집 주소 등을 줄줄 외워 ‘결석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던 선생님이었다. 뷰잰은 이 선생님을 통해 오래된 기억술을 접했다. 뷰잰은 훗날 임시 교사를 하면서, 문제 학생들에게 기억술을 가르쳐주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북돋워주었다고 한다. 교주 같은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뷰잰을 안 좋아하는 사람은 ‘실력보다 사업 수완이 좋다’고 삐딱하게 보기도 한다. “처음 몇 책 빼면 다 그 책이 그 책이죠.” 뷰잰의 측근이 웃으며 했다는 말을, 조슈아 포어는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라는 책에서 전한다. 뷰잰이 마인드맵을 ‘발명’한 것은 사실인데, 그전에도 ‘콘셉트맵’처럼 비슷한 아이디어는 있었다. “고대의 기억술을 망각에서 되살렸다”고 알려졌는데 뷰잰 자신도 다른 선생님한테 배운 방법이다. 그래도 뷰잰의 수완이 없었다면 기억술이나 마인드맵이 지금처럼 흥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지금 통용되는 마인드맵 대부분은 뷰잰이 발명한 방식과 다르다. 동그라미 여러개 안에 글씨를 쓰고, 동그라미 사이를 가지로 연결하는 그림은 사실 콘셉트맵에 가깝다. 뷰잰 자신은 초기의 책에서 이런 방법을 쓰지 말라고 권하기도 했다.

원래 마인드맵은 지켜야 할 규칙이 많다. 색을 세가지 이상 칠하라거나, 글자체는 고딕체로 또박또박 적으라거나, 가지 위에 단어는 하나만 쓰라거나, 가지는 굵다가 가늘어져야 한다거나, ‘꼭 지켜야 하나’ 싶은 까다로운 요구가 제법 있다. 옛날에는 나도 토니 뷰잰의 원칙에 따라야지 생각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각자 손에 익은 방식을 편한 대로 사용하면 그만이지 싶다.

그래도 세가지 점은 눈길을 끈다. 첫째는 규칙이 많다는 점. ‘창의성은 제약에서 나온다’는 원칙과 통한다. 둘째는 가지와 가지 사이 연결이 중요하다는 것. ‘익숙한 요소의 새로운 조합’이 창의성의 오랜 원칙이라고 우리는 알고 있다. 셋째는 그림을 많이 사용하라는 조언. ‘모양과 소리 등 감각을 사용해야 기억력도 창의력도 좋아진다’는 원칙이 있다. 창의성의 원칙은 대체로 비슷비슷해서 신기하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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