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팬데믹 이전 같은 축제 분위기 물씬
도시 전체가 가을밤 영화 ‘동네방네비프’ 콘셉트 맞춰
로컬 막걸리부터 ‘사워 비어’ 펍까지…마시고 즐겨볼까
도시 전체가 가을밤 영화 ‘동네방네비프’ 콘셉트 맞춰
로컬 막걸리부터 ‘사워 비어’ 펍까지…마시고 즐겨볼까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부산 전역에서 영화제를 즐길 수 있는 ‘동네방네비프’가 열린다. 영화와 함께 깊어가는 가을밤 부산 곳곳을 즐겨보자.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회에 소주만 먹긴 아쉬우니까 영화제가 열리는 해운대 근방에서 먹고 마시는 것도 좋겠지만, 영화제 참여 인파로 북적이는 해운대 근방에서 조금만 더 눈길을 돌려 광안대교를 타고 부산시 남구 용호동으로 가보자. 회에 소주도 좋지만, 이 좋은 부산에서 소주만 마시기는 영 아쉽지 않은가? 와인바 ‘끌리마’에서는 ‘서울 외의 지역에서는 고급 와인을 마시기 어렵다’는 편견이 깨진다. 무려 1000종 이상의 와인을 갖추고 있는 이곳은 와인을 구매할 수 있는 보틀숍 겸 와인과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와인바다. 와인 수입사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와인도 있다. 서울에서 일부러 찾는 이도 있을 정도다.
부산 남구 용호동의 와인바 끌리마의 다양한 와인들. 이승훈 제공
한국에서 아직 낯선 사워 비어를 처음 만든 부산의 양조장 와일드웨이브의 맥주 ‘설레임’. 김관열 제공
가을의 칵테일로 방점 와인과 맥주를 충분히 즐겼다면 이번에는 지역 특산주, 막걸리도 즐겨보자. 해운대에서 차로 30여분 거리, 금정구 금성동 산성마을에 가면 이 지역 전통 막걸리인 ‘금정산성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1970년대에 지정된 ‘대한민국 민속주 1호’라는 칭호로 더 유명하다. ‘부산에서 굳이 내륙으로 들어가서 막걸리 양조장을 가야 하나?’ 걱정은 금물. 공장을 직접 둘러보고 갓 생산한 신선한 막걸리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방문할 이유는 충분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선정한 ‘찾아가는 양조장’이기도 한데다, 직접 만드는 누룩도 유명해서 누룩 체험, 막걸리 빚기 체험도 진행한다. 미리 예약만 한다면 내가 마시는 막걸리를 내 손으로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올해 내로 막걸리 박물관도 개관할 예정이라고. 그 지역 술을 그 지역 양조장에서 바로 마실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부산 금정산성 막걸리 양조장에서 누룩을 만드는 모습. 유건희 제공
해운대전통시장 뒤편에 자리잡아 영화제 기간 더욱 북적이는 칵테일 바 도머. 남정교 제공
영화와 미식과 음주를 동시에 누구나 사랑하고 언제나 설레는 도시, 부산. ‘제2의 도시’라는 말은 더 이상 부산에 어울리는 말이 아니다. 부산은 부산이라서 좋고 부산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명실상부 아시아 최고의, 최대의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영화와 미식과 음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흔하지 않은 기회이자 1년에 단 한번밖에 없는 행사인 만큼, 부산의 방방곡곡을 맛보기를 권한다.
부드럽게, 시원하게 부산 해장의 맛
실컷 먹고 마셨으면 이제 해장을 해야 할 때다. 감탄사가 절로 나는 시원한 국물 요리부터 알싸한 생강 향이 속을 풀어주는 만두까지, 부산이라서 가능한 해장 맛집을 추천한다.
· 명불허전, 금수복국 : 해운대 한복판에 위치한 금수복국 해운대본점은 무려 24시간 동안 불을 켜놓는 은혜로운 곳이다. 복으로 유명한 곳이 부산에는 참 많지만, 24시간 내내 문을 열고 음주인과 해장인을 맞이하는 곳은 흔치 않아 ‘알아두면 유용할 곳’으로 통한다. 대표적인 메뉴는 당연히 복국. 매운탕도 좋지만, 처음 방문하는 이라면 흰 국물의 맑은탕인 ‘지리’를 추천한다. 깔끔하고 슴슴한 국물에 미나리 향이 더해져 국물을 뜨자마자 ‘시원하다’ 소리가 그대로 나온다. 절반쯤 먹다가 국물에 식초를 살짝 넣으면 복 특유의 달큼한 맛이 더욱 배가된다. 뭔가를 더 먹을 수 있는 정신이 있다면 복튀김도 주문하면 좋다. 부드러운 복어 살을 그대로 튀긴 복튀김은 ‘한국식 피시앤칩스’로 칭하기엔 고급스러운 풍미다. / 은복국 1만3000원, 복튀김 2만5000원, 부산 해운대구 중동1로43번길 23, 0507-1334-3600
· 솔푸드 시락국, 새벽집 : 부드럽게 속을 달래고 싶다면 역시 해장국만한 것이 없다. 광안리해수욕장 앞에 있는 국밥 전문점 ‘새벽집’은 낮에도, 밤에도, 새벽에도 해장을 갈구하는 음주인들이 드나드는 곳이다. 콩나물국밥과 시래기된장국밥, 선지국밥처럼 애주인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해장 아이템을 판매한다. 대부분의 손님이 주문하는 메뉴는 시래기된장국밥. ‘시락국’이라고도 불리는, 경상도 사람들의 솔푸드다. 집에서 끓인 듯한 투박하고 거친 맛이 오히려 입맛을 자극한다. 함께 나오는 가정식 반찬 역시 푸근하다. 해장을 하러 갔다가 오히려 술을 더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이곳 역시 24시간 문을 열어두니 알아두면 마음이 든든하다. / 콩나물국밥 7000원, 시래기된장국밥 8000원, 부산 수영구 광안해변로 267, 051-753-5821
· 만두로 해장, 마가만두 : 열차를 타기 위해서라면 부산역 방향으로 향해야 할 터다. 부산역 앞에는 화상들의 가게가 모여 있는 차이나타운이 있다. ‘부산에 만두 먹으러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만두 맛집들이 많다. 수많은 중식당 중 각자의 취향에 맞춰 가면 좋겠지만, ‘마가만두’는 그중에서도 유난히 유명하다. 물만두, 찐만두, 볶음밥 같은 평범한 중국집 메뉴를 판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곳의 찐만두와 군만두가 유명한 이유는 역시 뛰어난 맛 때문이다. 눈앞에서 계속해서 만두를 빚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누구라도 주문을 하지 않을 방도가 없다. 한입 베어 무는 순간 터지는 뜨거운 육즙과 알싸한 생강 향은 ‘만두로 해장한다’는 말을 깨닫게 한다. 보통은 국물로 해장을 한다고 하지만, 이곳의 만두는 특유의 생강 향이 도드라져 해장을 하고 속을 달래기에 제격이다. 냉동 만두를 포장 판매도 하니 부산을 떠나기 전 들러서 구매하기에도 제격이다. / 찐만두 7000원, 군만두 8000원, 부산 동구 대영로243번길 56, 051-468-4059
마가만두. 백문영 객원기자
연재부산한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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