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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부산이라서…시월, 맛에 취하고 영화에 취하다 [ESC]

등록 2022-10-01 12:55수정 2022-10-07 16:56

부산국제영화제, 팬데믹 이전 같은 축제 분위기 물씬
도시 전체가 가을밤 영화 ‘동네방네비프’ 콘셉트 맞춰
로컬 막걸리부터 ‘사워 비어’ 펍까지…마시고 즐겨볼까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부산 전역에서 영화제를 즐길 수 있는 ‘동네방네비프’가 열린다. 영화와 함께 깊어가는 가을밤 부산 곳곳을 즐겨보자.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부산 전역에서 영화제를 즐길 수 있는 ‘동네방네비프’가 열린다. 영화와 함께 깊어가는 가을밤 부산 곳곳을 즐겨보자.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오는 5일부터 14일까지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996년 ‘작지만 권위있는 영화제’를 표방하며 시작했지만, 27회를 맞은 올해 71개국 242편의 작품을 상영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더구나 이번 부산영화제는 팬데믹 이전 영화제 모습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자정부터 아침까지 장르 영화를 소개하는 ‘미드나잇 패션’ 등 지난 2년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중단됐던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국외 영화인들도 대거 참석한다는 점만으로도 방문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뜻.

올해 부산영화제 기간엔 영화제 주요 상영작을 내건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외에도 부산 전체가 축제 분위기가 될 듯하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의 핵심은 ‘내 곁에서 즐기는 생활밀착형 영화제’인 ‘동네방네비프’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콘셉트로 선풍적 인기를 끈 프로그램인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확대된 부산 시내 16개 구·군 전역, 총 17곳에서 가을밤 상영회를 진행한다. 금정구 범어사, 사하구 다대포해변공원 등 사찰부터 동네 공원까지 골목 깊숙이 영화가 찾아온다.

도시 전체에서 영화를 좀 더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된 만큼, 부산 어디서든 영화제를 핑계로 먹고 마시는 것을 소홀히 해선 안 되지 않을까. 깊은 밤까지, 먹고 취하면서 영화제 기간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깊어가는 가을을 누리는 또 하나의 즐거움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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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에 소주만 먹긴 아쉬우니까

영화제가 열리는 해운대 근방에서 먹고 마시는 것도 좋겠지만, 영화제 참여 인파로 북적이는 해운대 근방에서 조금만 더 눈길을 돌려 광안대교를 타고 부산시 남구 용호동으로 가보자. 회에 소주도 좋지만, 이 좋은 부산에서 소주만 마시기는 영 아쉽지 않은가? 와인바 ‘끌리마’에서는 ‘서울 외의 지역에서는 고급 와인을 마시기 어렵다’는 편견이 깨진다. 무려 1000종 이상의 와인을 갖추고 있는 이곳은 와인을 구매할 수 있는 보틀숍 겸 와인과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와인바다. 와인 수입사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와인도 있다. 서울에서 일부러 찾는 이도 있을 정도다.

부산 남구 용호동의 와인바 끌리마의 다양한 와인들. 이승훈 제공
부산 남구 용호동의 와인바 끌리마의 다양한 와인들. 이승훈 제공

치즈로 유명한 ‘안단테 데어리’의 치즈, 서울에서도 쉽게 만나기 힘든 ‘메종 조’의 샤르퀴트리까지, 단순한 와인바라고 하기엔 훌륭한 음식도 함께 페어링할 수 있다는 것도 이곳만의 장점.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우승한 소믈리에가 추천해주는 와인을 마실 수 있다는 것도 이곳을 방문하는 즐거움이다. 창가 너머로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마시는 와인의 맛은 경험해보아야 안다. ‘부산은 와인의 도시였구나’라고,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각난다면 영화의전당 북쪽으로 15분 정도 달려 송정해수욕장 근방으로 가보기를 권한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이가 만든, 진짜 부산의 맥주를 만날 수 있는 ‘와일드웨이브’가 있다. 해운대 근처만큼 북적이지 않지만 바다 풍경만큼은 일품인 송정해수욕장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휴양 명소다. 이곳에 소담하게 위치한 와일드웨이브는 맥주 브루어리와 펍을 겸하는 공간이다. 특유의 독특한 신맛이 특징인 ‘사워 비어’를 전문으로 하는데, 이 맛에 빠진 이가 많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낯선 사워 비어를 처음으로 만든 양조장으로도 이미 ‘맥덕’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 다른 가게에서도 와일드웨이브의 맥주를 맛볼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계절 한정 맥주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특별한 포인트다.

파도를 닮은 맥주와 함께 제대로 만든 안주도 함께 곁들이기를 추천한다. ‘구운 한치 샐러드’, ‘코티지 파이’같이 다른 펍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안주가 눈에 띈다. 어떤 맥주를 마실지 결정하기 힘들다면 작은 잔에 여러 종류의 맥주를 따라 주는 샘플러를 주문하기를 권한다. 본인의 맥주 취향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와일드웨이브는 11월 말 요즘 부산에서 가장 핫한 영도로 위치를 옮긴다고 하니, 송정 앞바다를 바라보고 마지막 한 잔을 즐겨보자.

한국에서 아직 낯선 사워 비어를 처음 만든 부산의 양조장 와일드웨이브의 맥주 ‘설레임’. 김관열 제공
한국에서 아직 낯선 사워 비어를 처음 만든 부산의 양조장 와일드웨이브의 맥주 ‘설레임’. 김관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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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칵테일로 방점

와인과 맥주를 충분히 즐겼다면 이번에는 지역 특산주, 막걸리도 즐겨보자. 해운대에서 차로 30여분 거리, 금정구 금성동 산성마을에 가면 이 지역 전통 막걸리인 ‘금정산성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1970년대에 지정된 ‘대한민국 민속주 1호’라는 칭호로 더 유명하다. ‘부산에서 굳이 내륙으로 들어가서 막걸리 양조장을 가야 하나?’ 걱정은 금물. 공장을 직접 둘러보고 갓 생산한 신선한 막걸리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방문할 이유는 충분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선정한 ‘찾아가는 양조장’이기도 한데다, 직접 만드는 누룩도 유명해서 누룩 체험, 막걸리 빚기 체험도 진행한다. 미리 예약만 한다면 내가 마시는 막걸리를 내 손으로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올해 내로 막걸리 박물관도 개관할 예정이라고. 그 지역 술을 그 지역 양조장에서 바로 마실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부산 금정산성 막걸리 양조장에서 누룩을 만드는 모습. 유건희 제공
부산 금정산성 막걸리 양조장에서 누룩을 만드는 모습. 유건희 제공

실컷 먹고 마셨다면 이제 다시 해운대로 돌아올 때다. 해운대역 바로 앞, 해운대전통시장 뒤편에 위치한 ‘도머’에서 해장술로 마무리를 하자. 가볍고 시원한 칵테일 한잔으로 그간의 숙취를 날릴 수 있다. ‘채광창’이라는 뜻인 도머의 분위기는 차분하고 아늑하다. 해운대 바닷가를 바라보며 마시는 칵테일 한잔은 예상보다 더 짜릿하다. 대표적인 관광지인 해운대 거리에 위치한 만큼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릴 때마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바이기도 하다. 양기석 오너 바텐더는 ‘아티크 롱티’와 ‘만추’를 추천했다. 도머의 시그니처 메뉴이자, 살짝 쌀쌀한 이 계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칵테일이라고. ‘아티크 롱티’는 홍차 리큐르에 얼그레이 차를 침출해 은은한 향이 일품. 칵테일을 잘 모르는 이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술이라고 양 대표는 귀띔했다. ‘만추’는 피트(이탄) 향이 강한 탈리스커 위스키에 다양한 허브의 향을 입힌 ‘술잘알’의 칵테일. 음주 기행의 마무리에 방점을 찍기에 적절한 메뉴다.

해운대전통시장 뒤편에 자리잡아 영화제 기간 더욱 북적이는 칵테일 바 도머. 남정교 제공
해운대전통시장 뒤편에 자리잡아 영화제 기간 더욱 북적이는 칵테일 바 도머. 남정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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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미식과 음주를 동시에

누구나 사랑하고 언제나 설레는 도시, 부산. ‘제2의 도시’라는 말은 더 이상 부산에 어울리는 말이 아니다. 부산은 부산이라서 좋고 부산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명실상부 아시아 최고의, 최대의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영화와 미식과 음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흔하지 않은 기회이자 1년에 단 한번밖에 없는 행사인 만큼, 부산의 방방곡곡을 맛보기를 권한다. 

부드럽게, 시원하게 부산 해장의 맛

실컷 먹고 마셨으면 이제 해장을 해야 할 때다. 감탄사가 절로 나는 시원한 국물 요리부터 알싸한 생강 향이 속을 풀어주는 만두까지, 부산이라서 가능한 해장 맛집을 추천한다.

· 명불허전, 금수복국 : 해운대 한복판에 위치한 금수복국 해운대본점은 무려 24시간 동안 불을 켜놓는 은혜로운 곳이다. 복으로 유명한 곳이 부산에는 참 많지만, 24시간 내내 문을 열고 음주인과 해장인을 맞이하는 곳은 흔치 않아 ‘알아두면 유용할 곳’으로 통한다. 대표적인 메뉴는 당연히 복국. 매운탕도 좋지만, 처음 방문하는 이라면 흰 국물의 맑은탕인 ‘지리’를 추천한다. 깔끔하고 슴슴한 국물에 미나리 향이 더해져 국물을 뜨자마자 ‘시원하다’ 소리가 그대로 나온다. 절반쯤 먹다가 국물에 식초를 살짝 넣으면 복 특유의 달큼한 맛이 더욱 배가된다. 뭔가를 더 먹을 수 있는 정신이 있다면 복튀김도 주문하면 좋다. 부드러운 복어 살을 그대로 튀긴 복튀김은 ‘한국식 피시앤칩스’로 칭하기엔 고급스러운 풍미다. / 은복국 1만3000원, 복튀김 2만5000원, 부산 해운대구 중동1로43번길 23, 0507-1334-3600

· 솔푸드 시락국, 새벽집 : 부드럽게 속을 달래고 싶다면 역시 해장국만한 것이 없다. 광안리해수욕장 앞에 있는 국밥 전문점 ‘새벽집’은 낮에도, 밤에도, 새벽에도 해장을 갈구하는 음주인들이 드나드는 곳이다. 콩나물국밥과 시래기된장국밥, 선지국밥처럼 애주인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해장 아이템을 판매한다. 대부분의 손님이 주문하는 메뉴는 시래기된장국밥. ‘시락국’이라고도 불리는, 경상도 사람들의 솔푸드다. 집에서 끓인 듯한 투박하고 거친 맛이 오히려 입맛을 자극한다. 함께 나오는 가정식 반찬 역시 푸근하다. 해장을 하러 갔다가 오히려 술을 더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이곳 역시 24시간 문을 열어두니 알아두면 마음이 든든하다. / 콩나물국밥 7000원, 시래기된장국밥 8000원, 부산 수영구 광안해변로 267, 051-753-5821

마가만두. 백문영 객원기자
마가만두. 백문영 객원기자

· 만두로 해장, 마가만두 : 열차를 타기 위해서라면 부산역 방향으로 향해야 할 터다. 부산역 앞에는 화상들의 가게가 모여 있는 차이나타운이 있다. ‘부산에 만두 먹으러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만두 맛집들이 많다. 수많은 중식당 중 각자의 취향에 맞춰 가면 좋겠지만, ‘마가만두’는 그중에서도 유난히 유명하다. 물만두, 찐만두, 볶음밥 같은 평범한 중국집 메뉴를 판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곳의 찐만두와 군만두가 유명한 이유는 역시 뛰어난 맛 때문이다. 눈앞에서 계속해서 만두를 빚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누구라도 주문을 하지 않을 방도가 없다. 한입 베어 무는 순간 터지는 뜨거운 육즙과 알싸한 생강 향은 ‘만두로 해장한다’는 말을 깨닫게 한다. 보통은 국물로 해장을 한다고 하지만, 이곳의 만두는 특유의 생강 향이 도드라져 해장을 하고 속을 달래기에 제격이다. 냉동 만두를 포장 판매도 하니 부산을 떠나기 전 들러서 구매하기에도 제격이다. / 찐만두 7000원, 군만두 8000원, 부산 동구 대영로243번길 56, 051-468-4059

백문영 객원기자 moonyoungba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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