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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그림은 눈으로 그린다

등록 2022-10-15 11:00수정 2022-10-15 11:16

김태권의 영감이 온다

그림 김태권
그림 김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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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잘 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 그림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손놀림이 좋아야 그림을 잘 그린다’는 믿음이 있다. 소질만으로는 안 되고 노력이 필요한 것이 손기술이다. 그림을 잘 그리려면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림은 손이 아니라 엉덩이 힘으로 그리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비슷한 취지다. 책상이나 이젤 앞에 오래 앉아 있어야 그림을 잘 그린다는 뜻이다. 그런데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슬픈 현실이지만, 우리는 안다.

그림 공부하던 시절에 나는 “그림 그리는 다른 사람들과 수많은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정보도 중요하고 전략도 중요하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그림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고 다른 사람들의 고민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옛날 그림 잘 그리던 사람들이 자주 모여 술을 먹은 까닭도, 술을 먹어야 영감이 떠오른다는 거짓 신화 때문이 아니라, 술자리에서 한마디라도 더 주워듣기 위해서였을 게다. 그렇다면 “그림은 입과 귀로 그린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림은 발로 그린다”는 말도 들었다. 사진작가면서 미술사 책을 번역하는 ㅈ선생이 해준 이야기다. 미술관이며 전시회며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남의 그림을 봐야 한다는 뜻이다. 고전이라 칭찬받는 작품을 두루 익히고 정보를 수집해야 그림이 는다. 옛날의 대가들도 선배 대가의 걸작을 보기 위해 없는 살림을 쪼개 여행을 다녔다고 하지 않는가. 요즘은 책도 있고 인터넷도 있으니 도움받을 방법이 많다.

내가 좋아하는 말은 “그림은 손이 아니라 눈으로 그린다”는 말이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약하던 ㄱ선생께 들었다. 손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자기 그림을 보는 눈이 없으면 그림은 늘지 않는다. 자기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 스스로 나아갈 방향을 알지 못한다면 기술도 소용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 내 그림이 좋은 그림인지 아닌지 알아볼 안목이 있다면, 지금 당장은 기술이 모자라도 언젠가는 손이 눈을 따라오게 되어 있다.”

손은 기술, 엉덩이는 노력, 입과 귀는 정보, 발과 눈은 안목.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돌아다니며 좋은 작품을 살펴볼 ‘발’과 내 작품의 좋은 씨앗을 알아보는 ‘눈’이다.

아이디어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영감을 쥐어짜는 방법은 많다. 주사위를 던져도 되고 컴퓨터로 무작위 조합을 만들어도 된다(이 방법을 우리는 지금껏 살폈다). 그런데 영감을 짜내는 일보다는 이 수많은 영감 가운데 정말 괜찮은 것을 골라내는 일이 어렵다. 내 색깔, 내 브랜드와 딱 맞는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일은 더욱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참 귀한 능력이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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