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의 영감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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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일 년 운세를 보는 분이 많다. 가짜 일 년 운세로 스토리텔링의 기법을 알아보면 어떨까.
열두 단계 플롯 이론은 유명한 스토리텔링 기법이다. 신화학자 캠벨의 ‘원형신화’ 이론을, 영화인 크리스토퍼 보글러가 현대 대중 매체에 맞게 적용한 것이다. 1990년대부터 한동안, 이른바 ‘할리우드 스토리 공학’의 근간이 되었다.
논란이 있다. 유행이 지났다는 사람도 있고, 이 기법이 복잡해서 실용적이지 않다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스토리텔링 이야기할 때 소개를 안 할 수 없는 이론이다. 마침 2023년 새해가 되었으니, 열두 단계 플롯을 열두 달 운세처럼 쉽게 풀어보려 한다. 한편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죽 읽어주시면 좋겠다.
1월은 평범한 이웃과 평범한 일상을 보낼 운세다. 익숙한 장소의 익숙한 생활이 편안할 수도 지루할 수도 있다. 2월은 변화가 필요할 때다. 귀인을 만나 격려를 받거나, 아니면 액운을 마주쳐 ‘이대로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연애운은 장차 특별할 사람이 될 상대를 만나게 될 운세다. 3월은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때다. 주위 사람들의 반대로 변화를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연애운은 상대의 단점이 두드러져 보일 운세다. 4월에는 도움을 주는 귀인을 만난다. 새로운 일을 할 용기를 얻을 것이다. 5월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회귀, 빙의, 환생에 맞먹는 큰 변화가 일어나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업(또는 새로운 연애)을 하게 될 운세다.
6월은 변화에 적응할 때다. 새로운 장소의 규칙을 배우는 과정이다. 새로 만난 사람 가운데 일부는 친구가 되고 일부는 방해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7월은 동굴 깊은 곳으로 모험을 떠나는 때다. 끊이지 않고 낯선 일이 일어나는 분주한 시절이 될 것이다. 8월은 시련의 때다. 사업운도 연애운도 몹시 좋지 않다. 가까운 사람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너무 낙심은 하지 말기를. 9월이 되면 운세가 풀리니 말이다. 지난 시련의 대가로 큰 결실을 얻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화해하고(연애운), 세상을 구원할 보물을 손에 넣는다(재물운).
10월은 액막이의 때다. 액운이 쫓아오지만 어찌어찌 극복해낼 것이다. 11월은 한해의 클라이맥스다. 힘든 일이 몰아치겠으나, 안 좋은 일을 떨쳐내고 성숙한 존재로 거듭나는 시절이 될 것이다. 12월은 익숙한 장소의 익숙한 생활로 돌아오는 결실의 시기다.
열두 달이라고는 썼지만 달마다 호흡이 다르다. 1월부터 5월까지는 짧게 한 호흡으로 지나간다. 두 시간짜리 영화로 치면 이십 분에서 삼십 분이다. 6월, 7월, 8월이 길다. 두 시간 영화에서 한 시간 남짓, 시리즈 물에서는 마지막 회 전까지 반복된다. 힘겨운 여름이 길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후로는 또 짧고 박진감 있는 시간이 이어진다.
김태권 만화가
그림 김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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