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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터블, 카브리오, 볼란테…이게 다 오픈카라고? [ESC]

등록 2023-03-11 19:32수정 2023-03-11 19:39

자동차 컨버터블의 세계
1. 포르쉐 911 타르가. 포르쉐 제공
1. 포르쉐 911 타르가. 포르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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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참 좋아하는 노래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주변 사람들은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노래를 듣는다며 핀잔을 주지만 이상하게 그 옛 노래에 마음이 간다. 탱고 풍의 멜로디, 담담하면서도 쓸쓸한 노래 가사가 인상적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은 건 제목에 들어간 ‘낭만’이라는 단어다. 팍팍한 현실에서도 항상 꿈꾸고 지향하는 것, 쉽게 손에 쥘 수 없어 더 간절해지는 낭만 말이다.

자동차에서 낭만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장르가 있다면 ‘오픈카’라고 불리는 컨버터블이다. 누구나 한 번쯤 자동차 지붕을 열고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 거다. 요즘같이 봄기운이 새록새록 피어나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올 때면 그런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하지만 세단이나 스포츠실용차(SUV) 등에 비해 실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 ‘컨버터블의 낭만’에는 운전자들의 동경과 간절함, 아쉬움 등이 복합적으로 담겨 있다.

나라마다 형태마다 다른 이름

컨버터블은 톱의 소재와 형식에 따라 크게 하드톱, 소프트톱으로 나뉜다. 하드톱은 자동차 차체와 같은 소재의 단단한 지붕을 개폐하는 방식으로 차체 강성이 좋고, 그 덕분에 안전하다. 또 지붕이 금속으로 짜임새 있게 제작되었기 때문에 소음 유입이 적고 지붕을 닫았을 때와 열었을 때 일반 쿠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미관상으로도 우수하다. 다만 지붕을 접었을 때 적재 용량이 많이 줄어들고 지붕을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 무게 배분이 바뀌어 주행 안정성 면에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소프트톱은 방수천으로 된 지붕으로 되어 있다. 소프트톱의 장단점은 하드톱과 반대로 생각하면 쉽다. 중량이 가벼워 적재 공간이 넉넉하고 무게 배분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아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 주행 감각이 크게 바뀌지 않는 것은 장점. 하지만 차체 강성이 낮아 전복 사고에 취약하고 방수천을 두껍게 보강한다고 해도 소음 차단 기능이 떨어진다. 또 지붕이 칼이나 뾰족한 물건으로 손상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컨버터블은 원래 ‘다른 용도로 전환이 가능한’이라는 뜻으로 지붕이 접히고 펼쳐지는 것을 두고 붙여진 이름이다. 지붕이 열리는 혹은 없는 차의 가장 큰 카테고리라고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건 컨버터블 이외에도 각 나라와 제조사, 그리고 특정 형태에 따라 다른 이름들이 붙는다는 것이다. 특정 제조사는 고유명사처럼 쓰는 용어들도 있다. 미국에서 오픈카를 두고 주로 컨버터블이라고 부른다면 ‘카브리올레’(Cabriolet)는 프랑스를 시작으로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쪽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이름이다. 카브리올레는 자동차의 전신이라고 볼 수 있는 마차에서 의미를 가지고 왔는데, 마차 중에서 지붕을 기계식으로 여닫을 수 있는 2륜 마차를 카브리올레라 부른다. 줄여서 카브리오라고 부르기도 한다.

앞뒤 2+2 시트 구조의 쿠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컨버터블이나 카브리올레 말고도 2인승으로 된 지붕 없는 차를 도로 위에서 많이 봤을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로드스터다. 로드스터는 보통 하드톱을 많이 사용한다. 애초에 시트가 2개뿐이라 남는 공간이 많고 디자인이나 설계상의 자유도도 높기 때문이다. 또 다른 2 시트 컨버터블로는 스피드스터가 있다. 훨씬 빠르고 강력한 성능을 갖춘 로드스터를 지칭하는 말이다. 보통 포르쉐에서 주로 사용하지만, 오펠 스피드스터나, 이글 스피드스터 등 다른 제조사에서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로드스터와 스피드스터의 이름의 공통점을 보면 ‘스터’(–ster)로 끝난다는 점이다. 포르쉐의 대표적인 2인승 컨버터블인 박스터(Boxster) 역시 이러한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일반적으로 컨버터블은 시(C)필러(자동차 뒷유리로 이어지며 지붕을 받치는 차체 기둥 부분)가 지붕과 함께 접히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러지 않는 경우도 있다. 포르쉐의 911 타르가(Targa)가 그렇다. 타르가는 에이(A)필러(자동차 앞유리와 앞문 사이의 기둥 부분)와 C필러는 그대로 두고 지붕만 떼어내는 식으로 열리고 접히는 컨버터블 차종을 말한다. 포르쉐가 이러한 형태를 개발한 건 미국 시장 진출 때문이다. 1966년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은 전복 사고 시 위험하다는 이유로 지붕이 완전히 개폐되는 수입산 컨버터블의 판매를 전면 금지할 움직임을 보였다. 포르쉐는 컨버터블의 인기가 높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지붕의 일부분만 열리는 신개념 컨버터블을 고안하게 됐다.

컨버터블의 또 다른 이름은 볼란테(Volante)다. 이 이름은 오직 애스턴 마틴에서만 사용한다. 볼란테라는 단어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꽤 친숙한 단어다. 원래 음악 용어로 ‘경쾌하게 또는 나는 듯이 가볍게 연주하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하지만 애스턴 마틴이 자동차 형태를 지칭하면서 이런 용어를 사용한 이유는 알파벳 브이(V)로 시작하는 단어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데 이 브랜드의 특성에 있다. 그렇다고 애스턴 마틴의 모든 컨버터블에 볼란테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아니다. 오직 12기통 엔진을 얹은 모델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V8 엔진을 품은 모델에는 로드스터를 사용한다.

제네시스 더 엑스 컨버터블 콘셉트 카. 제네시스 제공
제네시스 더 엑스 컨버터블 콘셉트 카. 제네시스 제공

국산 컨버터블 다시 볼 수 있을까

이외에도 유럽에서는 2인승 컨버터블에 스파이더란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이탈리아에서는 로드스터를 바르케타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영국의 고급 자동차 제조사에서는 드롭 헤드 쿠페라 부르는 등 컨버터블은 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종류가 너무 많다고? 그럼 딱 하나, 컨버터블만 기억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 때 ‘오픈카’란 말에 대해서는 한국에서만 쓰는 콩글리시 표현이라든가 미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단어라는 이슈도 있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만 쓰이는 단어는 아니고 미국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다만 컨버터블이란 말보다 적게 사용할 뿐이다. 그러니까 오픈카라고 해도 상관없다는 이야기다.

컨버터블 차량은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차량만 호출되지만, 과거엔 국산 컨버터블도 꽤 출시되었다. 쌍용 칼리스타나 기아 엘란, 대우 지투엑스(G2X) 등이 거리를 달렸으나 아쉽게도 현재는 모두 단종됐고 새롭게 출시된 컨버터블도 없다. 그래도 컨버터블 출시를 기대할 만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제네시스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브랜드 최초 컨버터블 전기차 콘셉트카인 ‘더 X 컨버터블’을 선보였다. 물론 콘셉트카이기 때문에 정식으로 양산될지는 의문이지만 국산 브랜드를 단 컨버터블이 단 한 대라도 있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김선관 자동차 칼럼니스트

작당 모의하는 걸 좋아해 20대 때는 영화를 제작했고 현재는 콘텐츠 제작 회사 <에디테인>에서 크리에이티브 에디터를 맡고 있다. 관심사는 사람·방향·풍류. 속이 꽉 찬 한량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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