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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주춤하는 사이 하이브리드차 ‘날개’ [ESC]

등록 2023-12-23 09:00수정 2023-12-23 20:10

자동차 하이브리드

중대형·SUV 중심 인기 확산
국내 판매량, 지난해보다 40%↑
충전 불편 없고 탄소배출 적어
토요타 준중형급 하이브리드차인 5세대 프리우스. 토요타 제공
토요타 준중형급 하이브리드차인 5세대 프리우스. 토요타 제공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는 사이 하이브리드차의 인기가 오르고 있다. 지난달 국내 등록된 차 중 하이브리드차는 3만3511대로 1만6883대가 팔린 전기차는 물론 2만6500대가 팔린 경유차도 한참 앞질렀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가 발표한 지난 1~9월 누적 판매량을 보면, 국내 하이브리드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9.7% 늘어난 31만976대가 팔렸다. 이는 2021년 국내에 팔린 친환경차 모두를 합친 34만8850대에 근접한 숫자로 올해 국내 하이브리드차는 사상 최대 판매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세계적인 흐름도 비슷하다. 글로벌 하이브리드차 판매 증가율은 2021년 51.5%에서 전기차 판매가 늘어난 2022년 12.7%로 주춤했지만, 올해 들어 9월까지 38.3% 증가하는 등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

내연기관·전기차의 장점만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자동차 회사들의 하이브리드차 생산도 활발해졌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2019년 말을 기준으로 3종이던 하이브리드차가 지금은 준중형급인 아반떼·코나부터 에스유브이(SUV)인 투싼·싼타페까지 6종으로 늘었다.

수입차 중에서는 토요타가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 13일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준중형급 하이브리드차인 5세대 프리우스의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토요타는 지난 1997년 엔진과 모터를 함께 쓰는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차를 세상에 선보였다. 토요타의 2세대 하이브리드차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할리우드 스타들의 환경보호 열풍에 힘입어 인기를 끌었다. 토요타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여러 자동차 제조사에서 하이브리드차를 만들기 전까지 시장을 지배했다. 프리우스에서 시작한 기술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로 이어지며 토요타를 하이브리드차 왕국으로 만들었고, 하이브리드만 있는 렉서스 이에스(ES) 모델은 지난달 누적기준 7178대가 팔려 국내 수입차 전체를 통틀어 6위에 오를 정도였다.

하이브리드차 인기의 동력은 무엇일까. 내연기관차는 연료 50ℓ를 간단하게 넣고 500㎞를 달릴 수 있으나 온실가스를 뿜어내고, 전기차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도 충전에 불편함이 있다. 이 둘의 장점만을 뽑아 필요에 따라 엔진과 전기모터를 번갈아 쓰는 것이 하이브리드차다.

하이브리드차는 전기모터가 차를 움직이는 동력에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 마일드와 스트롱으로 나뉜다. 내연기관차에 배터리를 추가해 엔진동력장치를 보조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는 시스템이 간단하지만 전기모터만으로는 차를 움직일 수 없고, 친환경차 중 연비 개선이나 배출가스 감축 효과는 가장 적다. 벤츠와 베엠베(BMW) 등 독일 브랜드는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주력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하이브리드는 대체로 스트롱 하이브리드(HEV)로, 힘이 적게 필요할 땐 전기모터로만 달릴 수 있고 힘이 많이 필요할 땐 엔진을 함께 사용한다. 연비가 좋고 배출가스도 적다. 그외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도 있는데, 전기차처럼 외부 전기로 충전할 수 있어 에이치이브이(HEV)보다 더 힘이 센 전기모터와 용량 큰 배터리를 장착해 전기차처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는 엔진 주행이 기본이고, 전기차 모드는 보조다.

하이브리드차는 물론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양쪽 단점도 모두 갖고 있다. 하이브리드차는 배터리와 엔진이 들어가기 때문에 무게가 늘고 내연기관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다. 또 엔진이 돌아갈 때는 당연히 배출가스도 나온다. 그럼에도 전기차보다 싸고 충전에 대한 불편함이 없으며 가솔린차보다 적어도 30% 이상 좋은 연비는 일반적인 자동차 사용자에게는 큰 장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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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형 차량 가격 비쌀수록 인기

현대자동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현대자동차 제공

사람들이 실제로 하이브리드차를 선택하게 된 이유에는 이미 하이브리드차를 경험한 사람들의 입소문도 단단히 한몫했다. 국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에 속도가 붙은 첫 모델은 2017년 3월에 나온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다. 출시 첫 해 1만8천여대가 팔린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판매량이 늘었다. 2020년에는 3만8천여대가 팔리며 가솔린 엔진 그랜저 판매량(10만6천여대)의 40%에 육박했고, 올해는 이 판매량 비중이 역전되어 하이브리드 모델이 60%, 일반 가솔린이 40%가 됐다.

사실 중형차급에도 하이브리드 모델이 있었지만 당시 가솔린차 대비 500만원 정도 비싼 가격이 걸림돌이었다. 차량 가격이 2500만원인 기본형을 기준으로 할 때 20% 이상 비쌌다. 그러나 그랜저 기본형은 애초 4천만원이 넘었기에 하이브리드도 10~15% 정도의 가격 차이밖에 나지 않아 구매 저항이 적었다. 연비가 좋고 조용하다는 장점이 알려지며 판매가 늘었다.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 에스유브이(SUV)인 기아 쏘렌토와 현대차 싼타페 판매 모두 80% 이상이 하이브리드다. 이런 추세는 가격과 크기에서 한 등급 아래인 차들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그럼 이제 어떤 차를 선택해야 할까. 무엇보다 본인의 환경과 사용 패턴이 중요하다. 주행거리가 길고, 매일 일정한 시간에 차를 사용하며, 거주지에 완속 충전기가 있다면 전기차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특히 한번 차를 구입해 오래 쓰는 경우라면 더욱 좋다. 만약 아파트에 완속 충전기가 많이 생겼고 주행거리가 짧다면? 상대적으로 값이 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고르는 걸 추천한다. 평일에는 집에서 회사까지 왕복하며 전기차럼 쓰고, 주말에는 엔진을 함께 쓰며 장거리 여행이 가능하다.

반면 충전환경이 좋지 않고 마음 편하게 차를 타고 싶다면 하이브리드차가 적합하다. 기아 쏘렌토 프레스티지 기본형의 값은 가솔린 2.5 터보 3506만원, 디젤 2.2는 3679만원, 개별소비세 혜택을 받은 하이브리드는 3786만원이다. 가솔린 모델과는 280만원, 디젤과는 107만원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정부 공인 복합연비는 5인승 2WD 18인치 타이어 기준으로 가솔린 10.8㎞, 디젤 14.3㎞인데 하이브리드는 15.7㎞로 가솔린 대비 50% 정도 높다. 가솔린 모델에 견줘 3년 정도를 탄다면 충분히 차량 가격 차이를 상쇄할 수 있고, 디젤 엔진의 소음과 진동에서도 해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 하이브리드차 종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배터리 기술의 발전은 물론 원부자재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아 생각보다 배터리 전기차의 보급이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기차가 기후위기 대처에는 최선의 선택이지만 실제 구매에는 높은 가격이 부담이다. 그렇다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가 차선, 하이브리드차가 차차선의 선택지가 되겠다.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자동차생활’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여러 수입차 브랜드에서 상품기획, 교육, 영업을 했다. 모든 종류의 자동차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다양한 글을 쓰고, 자동차 관련 교육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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