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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쇼와 큰 차이 없었지만…내연기관, 미래를 보이다 [ESC]

등록 2023-04-08 10:00수정 2023-04-08 16:48

자동차 서울모빌리티쇼

자동차업체,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바이오·재활용 지속가능 소재도
차별점 없던 전시에서 두드러져
기아의 이브이(EV)9
기아의 이브이(EV)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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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부터 열리던 ‘서울모터쇼’가 2021년부터 ‘서울모빌리티쇼’로 이름을 바꿨다. 자동차를 이동수단으로 보는 과거의 시선에서 벗어나 모빌리티는 자율주행차, 드론과 에어택시, 개인용 마이크로 모빌리티, 카셰어링, 승차 공유 서비스 등 사람들의 이동을 편리하게 돕는 서비스까지 포괄한다.

단순히 이름만 바꾼 것은 아니다. 내부적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산학협력도 더해졌다. 모터쇼 조직위원회는 참가 업체를 대상으로 모빌리티 관련 기술을 조사, 발굴하고 한국과학기술원이 이에 적합한 연구 인력을 매칭해 관련 전문 기업과 기술을 교류하는 형태로 국내 모빌리티 분야의 기술 발전을 도모한 것이다.

이런 대대적인 변화에도 두드러진 반전은 없었다. 다수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불참하는 것은 물론 최초 공개 모델도 줄어드는 등 규모가 상당히 줄었고 이름은 모빌리티쇼였지만 기존 모터쇼와 무엇이 다른지 내용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 명백한 실패였다. 그럼에도 서울모터쇼가, 아니 서울모빌리티쇼가 그 명맥을 계속 이어나가길 바란다. 관람객들의 경험적인 측면에서 그렇다. 자동차를 경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과 사진으로 자동차를 만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보고 만지며 시트에 몸을 포개보는 것이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각 브랜드의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양산차만 적용되는 이야기다. 모터쇼에는 신차는 물론 콘셉트카, 특별 에디션 등도 즐비하다. 이렇게 다양한 자동차를 복합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자리는 국내에서 모터쇼가 유일하다.

엔진 힘 빼고 디자인 단순화

베엠베(BMW)의 엑스엠(XM)
베엠베(BMW)의 엑스엠(XM)

이번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스는 베엠베(BMW)와 포르셰였다. 베엠베의 테마는 ‘베엠베가 만드는 미래, 그 이상’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미래를 향한 베엠베 전략과 계획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새로운 엠(M) 브랜드의 시작을 알리는 엑스엠(XM)을 전면에 내세웠으며 엑스5를 기반으로 한 프로토타입 단계의 수소 전기차 아이엑스(iX)5 하이드로젠과 순수 전기 플래그십 세단인 아이(i)7, 순수 전기 스포츠실용차(SUV)인 아이엑스1 등을 함께 공개했다. 내연기관 시대의 강자가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는 순간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엑스엠은 베엠베 고성능차 브랜드인 엠 시리즈 중 상당히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엠 브랜드 최초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의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엠 브랜드가 플러그인하이브리드라니 조금은 의아한 사람들도 있을 거다. 엔진 다운사이징과 친환경 시대에 고성능 차가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성능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최고출력 653마력으로 지금껏 출시했던 어떤 엠 모델보다 강력하기 때문이다.

올해 75주년을 맞은 포르셰는 이번 서울모빌리티쇼에서 헤리티지와 미래,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았다. 포르셰는 브랜드의 첫 번째 모델 356과, 356을 가지고 만든 콘셉트카 비전 357을 동시에 선보인 것. 356은 포르셰의 첫 번째 모델이기도 하지만 둥근 원형 램프로 보닛보다 위로 올라온 펜더 등 지금의 포르셰에서 발견할 수 있는 디자인의 근간이 되는 모델이다. 비전 357은 356을 기반으로 포르쉐 특유의 형태와 조형 중심의 디자인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외관에 어떤 디테일도 더하지 않은, 그야말로 순수한 디자인 그 자체다. 디자인의 완성은 더하는 게 아니라 빼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곱씹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포르셰의 비전 357
포르셰의 비전 357

외국 자동차 기자들이 몰린 이유

올해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조금 특이한 점이 있었다면 외국 자동차 기자들의 방문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이다. 그 배경엔 기아의 이브이(EV)9가 있었다.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이브이9를 취재하기 위해 서울모빌리티쇼를 방문한 것이다. 이브이9는 기아의 첫 대형 전동화 스포츠실용차(SUV)로 혁신적인 기술과 공간성을 모두 갖춘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이(E)-지엠피(GMP)를 기반으로 제작된 이브이9는 넓은 실내 공간은 물론 무선 업데이트와 같은 최첨단 기술을 탑재해 운전자와 승객의 편의를 한층 끌어올렸다. 친환경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인테리어도 화제다. 가죽 대신 바이오 폴리우레탄, 업사이클링 어망, 재활용 플라스틱 등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했다. 재미있는 건 2열에서 발견할 수 있다. 스위블형 2인승 독립 시트를 넣은 것. 앞뒤로만 움직이는 것에서 벗어나 회전까지 가능해 2열과 3열을 마주 보게 할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꽤나 탐나는 기능이 아닐 수 없다. 전기차의 약점으로 꼽히는 주행거리도 넉넉하다. 99.8㎾h(킬로와트시) 대용량 배터리를 얹어 더블유엘티피(WLTP) 기준 1회 완전 충전 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542㎞(후륜모터 2WD, 19인치 기준)나 된다.

자동차 전문 기자들 사이에선 ‘알파모터’가 화제가 됐다. 알파모터는 2020년 한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리를 중심으로 설립된 전기차 스타트업으로 이번 서울모빌리티쇼는 알파모터의 픽업트럭 ‘울프’의 글로벌 공식 데뷔 무대였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꺼림칙하다. 명확한 실체가 없다. 전시한 울프는 실물 크기의 모형(Mock-up)이었고 그들이 독자적으로 개발했다는 전기차 전용 모듈 시스템에 대한 정보도 전혀 없었다. 자체 공장도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 의심스러운 건 알파모터 홈페이지에 나온 캘리포니아 어바인 본사 주소가 과거 ‘뉴런 이브이(EV)’와 같다는 점이다. 서울모빌리티쇼 조직위원회는 알파모터의 의혹과 실체에 대한 질문에 “스타트업의 미래를 우리가 보장할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서울 모빌리티쇼 조직위원회가 실체가 불분명한 회사에 굳이 참여를 허가했어야 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글·사진 김선관 자동차 칼럼니스트

작당 모의하는 걸 좋아해 20대 때는 영화를 제작했고 현재는 콘텐츠 제작 회사 <에디테인>에서 크리에이티브 에디터를 맡고 있다. 관심사는 사람·방향·풍류. 속이 꽉 찬 한량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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