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자가 망고나무 테이블 상판에 목재 전용 오일로 마감 작업을 하고 있다. 송호균 제공
‘목재 마감’은 정말이지 ‘마법’이다. 목공을 배우기 시작한 즈음의 이야기다. 가공이 끝난 가구를 전용 오일로 마감하는 스승을 보며 탄성을 터뜨렸다. 어찌 보면 단조롭고 칙칙할 수 있는 목재의 표면에 오일이 묻은 스펀지가 지나가자 그야말로 꽃이 피어나는 것 같았다. 나무의 결이 살아나고, 색감이 강조됐다.
‘컬리’(curly)라는 용어가 있다. 판재의 표면에 나타나는 구불구불한, 홀로그램 형태의 패턴인데 컬리가 많은 목재는 아름다울 뿐더러 그 희소성 때문에 고가로 분류된다. 꼭 호두나무(월넛) 같은 하드우드 계열의 우드슬랩뿐 아니라 소나무 같은 흔한 목재에도 컬리가 나타난다. 옹이나 가지가 뻗어나간 부분, 상처가 자연적으로 치유된 흔적 등에서 컬리가 나타난다. 생존을 위해 나무 스스로 발버둥 친 흔적이 컬리라는 얘기다. 아파야 아름다워진다니, 어쨌든 자연은 신비롭다.
오일을 바르면 이 컬리도 비로소 뚜렷하게 드러난다. 쓱쓱 움직여가는 작업자의 손을 따라 목재는 촉촉한 오일을 흡수하고, 비로소 가구는 완성된다. 마감의 목적은 두가지다. 예술성과 실용성. 목공인의 바이블이기도 한 책 ‘밥 플렉스너의 목재마감’에서 저자는 “마감은 목재를 더욱 풍부하고 심도 있게 보이게 하며, 액체와의 접촉에서 목재를 보호한다”고 썼다. 이 책의 공동 번역자인 정연집(59) 박사(임산공학)는 “결국 제품의 최종 용도와 관련된다”고 설명한다. “편백나무 등의 경우에는 마감하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요. 보통은 목재의 표면을 보호하고, 휘어짐 등의 치수 변화를 줄이기 위해 마감을 하는 것이죠. 모든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만능의 마감재란 존재하지 않아요. 결국 사용자의 필요에 의해 어떤 마감재를 적용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목공방을 운영하다 보니 “가구에 흠집이 났는데 뭘 칠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오래된 가구에 커다란 얼룩이나 상처가 생겨 수리를 의뢰하는 고객도 있다. 드물긴 하지만, 칠 전체가 전체적으로 지저분하게 벗겨지는 경우도 있다. 주택에 사는 경우에는 목재 데크 등에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하기도 하다.
가구에 흠집이 났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문제가 생긴 제품의 구입처에 수리를 의뢰하는 것이다. 전체 칠을 벗겨내고 다시 마감하면 새것이 된다. 샌딩(목재의 표면을 전동 장비로 갈아내는 공정)이나 대패질을 다시 진행하므로 상처 자체가 사라진다. 원목 가구의 장점이다. 물론 문제는 비용이다.
부분적인 수리를 직접 도전하고 싶다면 다음을 기억하자. 우선 중요한 것은 문제가 생긴 가구의 원래 마감재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제품의 제원을 다시 확인해보거나, 제조사에 문의하면 된다. 오일이 적용된 원목 가구(이를테면 우드슬랩 테이블)의 경우 해당 오일 제품을 구매해 상처 난 부분에 발라주고, 잘 닦아낸 뒤 24시간 이상 말려주면 어느 정도 해결된다. 오일 브랜드에 따라 소량 포장된 제품도 있으므로 잘 찾아보는 게 좋겠다. 이때 반드시 사용법을 정독하고 그에 따라야 한다. 정말 중요하다. 경화제를 섞어 쓰는 오일도 있고, 마르는 시간도 제각각이므로 꼭 사용법은 읽어 주시라. 손사포 등으로 상처 난 부위를 부분적으로 샌딩한 뒤 오일 작업을 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문제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어지간한 흠집은 그냥 오일을 바르는 쪽이 낫다.
오일이 아닌 일반적인 도료라면 유성인지 수성인지, 색이 첨가된 경우인지 아닌지, 바니시인지 스테인인지, 혹은 둘 다인지, 기존의 마감재가 뭔지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 아마도 실내용 가구나 소품은 대부분 수성도료, 야외용은 유성도료가 적용됐을 것이다. 환경적인 요인이나 작업성(잘 발리는 정도) 등을 감안해 요즘의 실내 가구에는 유성 도료를 쓰지 않는 게 일반적인 추세다. 정연집 박사는 “경화가 충분히 이뤄진 경우 유성도료 위에 다시 수성도료를 바르는 것은 크게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다만 색감이나 톤의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역시 기존의 마감재를 바르는 게 좋겠다.
자작나무 표면에 각각 다른 마감을 적용한 모습. 맨 왼쪽부터 아무것도 마감하지 않은 표면, 수성 바니시만, 수성 스테인만, 스테인과 바니시를 함께 칠한 표면. 각각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송호균 제공
☞한겨레S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클릭하시면 에스레터 신청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한겨레신문을 정기구독해주세요. 클릭하시면 정기구독 신청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다만 스테인과 바니시의 차이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스테인은 목재에 흡수되고, 바니시는 표면에 도막을 형성한다. 스테인 위에 바니시를 덧바르는 건 상관없지만, 바니시 위에 스테인을 바르면 안 된다는 뜻이다. 도막 위에 스테인을 발라봐야 흡수되지 못하고, 오히려 지저분한 자국이 남는다.
어린 자녀가 학교에서 목공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작은 연필꽂이나 목함 등을 만들어 오는 일이 있다. 아마도 아무런 마감도 적용돼 있지 않을 거다. 그대로 사용해도 되지만 아이와 함께 이를 더욱 의미 있는 물건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원하는 색감의 수성 스테인을 붓칠하고, 잘 말린 뒤 역시 수성 바니시를 한 번 더 칠해주면 훨씬 오래, 견고하게 사용할 수 있다. 각각의 단계를 두 번씩 진행하면 더욱 좋다. 물론 덧칠할 때는 충분히 마른 뒤 다시 칠해야 한다. 바니시를 생략하고 스테인 칠만 하거나, 스테인 없이 바니시만 칠해도 무방하다.
가구에 얼룩이 생긴 경우라면 고운 손사포(300~400방)로 표면을 약하게 문질러 이를 제거한 뒤 기존의 마감재와 같은 종류의 스테인, 혹은 바니시를 바르면 된다. 이때에도 사용법을 숙독하고 경화시간 등을 준수하도록 하자. 손사포는 철물점 등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국내 주택 야외 데크의 99% 정도는 평범한 방부목에 오일스테인이 칠해져 있을 것이다. 고민하지 말고 유성 오일스테인을 칠하자. 전체적인 샌딩을 하면 좋겠지만 비경험자가, 가정에서 하긴 어려울 것이다. 샌딩하지 않더라도 1~2년에 한번씩은 오일스테인을 다시 칠해주는 게 좋다. 붓이나 롤러가 흰 벽을 타고 올라가 지저분한 자국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마스킹테이프를 벽에 붙여주고 시공하는 게 좋다. 시간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 마스킹테이프의 유무는 그 결과물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송호균 나무공방 쉐돈 대표
한겨레 기자로 일했다. ‘이대로는 도저히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생각해 2016년 온 가족이 제주도로 이주했다. 본업은 육아와 가사였는데, 취미로 시작한 목공에 빠져 서귀포에서 목공방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