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문득 생각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2007년 7월16일 월요일이다. 바로 어제, ‘AFC 아시안컵 2007’에 참가한 한국 축구가 바레인에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초반의 멋진 골에 환호하고, 심심하게 전반전을 즐기다가, 어랏! 순식간에 한 골 먹고, 후반전에는 잘하겠지 마음을 다지고, 또 심심하게 후반전을 보다가, 어라 이건 또 뭐야! 또 한 골 먹고, 설마설마했더니 역전패 당했다. 잔디 상태도 좋지 않아 보였고, (공이 스카이콩콩처럼 잔디 위를 떠다니두만…) 운이 없기도 했지만 (2번 슛 하고 2골 넣는 바레인이여!)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길 수 있는 경기였고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그 경기를 보고 난 후 1983년 멕시코에서 벌어진 청소년 축구 경기를 떠올렸다. 그때 나는 중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4강전 브라질과의 경기. 수업시간이었지만 선생님은 라디오를 틀었고 우리는 중계방송을 들으며 숨을 죽였다. 모든 세상이 조마조마했다. 그때부터 축구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벌써 24년 전 일이다. 그때의 선수들은 모두 은퇴했고, 나는 이제 곧 마흔이다. 축구를 봐도 그때의 흥분은 되살아나질 않는다. 프로 축구도 시들하고 프리미어 리그도 그저 그렇다. 경기가 재미없어진 것일까, 내가 재미없어진 것일까. 알 수 없다.
김중혁 기자 p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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