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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끼의 점심을 포기했을까

등록 2007-07-18 17:44

여행에서 건진 보물
여행에서 건진 보물
[매거진 Esc] 여행에서 건진 보물 / 여행작가 구혜경의 탄자니아 목걸이
탄자니아 아루샤. 아이 둘을 데리고 낯선 곳에 살자니 모르는 게 한둘이 아니었다. 게다가 아이들을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고 나면 할 일도 없고, 잡지 연재를 하던 중이라 현지인들을 만나야 했다. 그러던 중 만난 ‘아수까리’(경비원) 주마 이사 오토. 전직 군인인 그는 유엔의 한 산하기구에 있는 여성 판사 집에서 경비를 섰다.

그 친구를 만나러 나는 늘 그 판사 집으로 갔고, 대문 앞에 서서 얘기를 나눴다. 나는 가끔 아이들 주라면서 우리 아이들 것을 나눠 주고, 시장에서 사온 고기를 떼어 주기도 했다(이슬람교도였던 그를 놀리느라 돼지고기라며 줬더니, 그가 화들짝 놀라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선물이라며 목걸이를 건넸다. 고맙긴 했지만 사실, 우리 스타일과는 맞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목걸이를 사려고, 한국 돈으로 6만5천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 그가 몇 끼의 점심을 포기했을지 몰랐다.

받은 걸로 하겠다고, 가서 다시 바꾸라고도 했지만 그냥 선물이라고 했다. 그러곤 그의 아내가 날 보고 싶어 한다고 전해 왔다. 굳이 만날 필요는 없을 것 같았지만, 그러마 하고 말았다. 혹시 두 명의 아내를 두는 것도 가능한 무슬림이어서 나를 경계한 것은 아닐까. 백인 아내를 얻으려면 소 60마리 이상을 줘야 하는데, 혹시 그 목걸이 하나로 날 건지려 한 건 아닌지.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목걸이를 볼 때마다 그가 고맙다. 그리고 그의 아내를 한번 만나 볼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구혜경 <아프리카 초원학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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