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성 마을에 사는 어부 김청명, 김의선씨 부부의 아침 뱃길.
[매거진 Esc] 사진작가, 바다를 찍다 ⑨ 허용무의 서천 월하성 마을
월하성 마을로 가는 길은 오늘도 비가 내린다. 국지성 호우다, 태풍이다 하며 변덕스런 날씨 탓에 마음 졸이며 몇 번을 오르내린 길이다. 게다가 어촌의 풍경과 어부들 사진도 찍어야 하는데 7∼8월은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을 수 없는 금어기라고 하니 내가 아마도 벌을 받고 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내가 단행본에 “사진을 찍는 것은 반은 노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는 글을 썼더니, 한 후배가 “허 선배가 그렇게 글을 쓰면 평소에도 사진 찍는 일이 나가서 노는 줄 아는 마누라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핀잔 주던 일이 갑자기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래 맞다! 나는 지금 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일기예보에도 날씨가 갠다고 하였는데도 비가 내리고 있지 않은가.
높아진 수온 탓에 서해까지 올라온 문어
마을 앞길 양쪽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붉은 배롱나무 꽃잎이 비에 젖으니 핏빛으로 더욱 아름답다. 내리는 빗속에 아직 새벽 기운이 남아 있는 터라 눈앞의 세상이 꿈결인지 현실인지 분간조차 힘들다. 어둠이 물러나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집들 사이로 작은 섬들이 떠 있고, 섬 너머로는 끝없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비구름 사이로 수평선 끝에 얇은 햇살이 상큼한 바닷바람을 타고 포구를 비춘다. 바람에 몸을 내맡긴 갈매기들은 깨끗하고도 날렵하다.
물이 빠지자 월하성 마을 앞바다 양쪽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갯벌이 드러났다. 조수 간만의 차가 크기 때문에 이곳을 드나드는 배들은 커도 2t(톤) 미만인데 그마저도 바다로 나가기 위해서는 경운기나 트랙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게다가 금어기라서 바닷일 하러 나가는 배도 몇 척 안 될 뿐 아니라 날씨마저도 며칠째 좋질 않아, 어렵게 수소문한 끝에 바다 한가운데에서 문어잡이 배에 옮겨 탈 수 있었다. 잔잔한 포구와는 달리 파도가 사뭇 거칠었다.
문어잡이 배 주인인 김청명(63)씨는 초등학교 때 완도에서 월하성으로 이사 왔고, 월하성에서 나고 자란 김의선(54)씨를 만나 결혼해서 네 명의 자녀를 뒀다. 김씨는 20대 초반에 뱃일을 시작해서 40년 가까운 세월을 이곳 월하성 앞바다에서 고기를 잡고 있다.
부부는 묵묵히 일했다. 남편의 일은 며칠 전에 쳐놓은 통발을 거둬들여 통발 안에 들어 있는 문어와 잡고기들을 바닥에 쏟아 놓는 것이다. 부인은 문어와 고기를 분류해서 재빠르게 물통에 집어 넣고, 다시 통발 안에 미끼를 넣고 접어서 차곡차곡 쌓아둔다. 그이들의 작업은 바람과 파도가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할 만큼 집중과 반복의 연속이었다. 25년을 함께 몸의 힘으로 삶을 이겨 온 모습이 힘차면서도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거친 바다에서도 작업하는 몸동작들은 전혀 흐트러짐 없이 매끄러웠고 군더더기마저도 찾아볼 수 없다. 잘 다듬어진 발레리나의 춤동작보다도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 절제된 움직임에서는 나이를 뛰어넘어 건강하게 살아 있는 생명의 에너지가 넘쳐나고 있었다. 한참 후에야 나는 알게 됐다. 부부의 몸놀림 하나하나가 신호이고, 말이고, 소통이고, 믿음이라는 것을…. 새벽 4시부터 시작된 작업은 아침 8시가 지나야 끝이 났다. 보통 하루에 20㎏쯤 잡히는데, 며칠 만에 나왔더니 오늘은 40㎏이 되었다. 해마다 잡히는 양이 줄어들어 걱정이었는데, 남해안에서나 잡히던 문어가 잡혀 올해 살림에 많은 도움이 되었단다. 이는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진 탓이다. 언제까지 고기잡이를 하실 생각이냐고 물었더니, “아저씨가 건강하면 일흔까지는 해야지요” 하신다. 김의선씨의 바램이다. 평화롭고 작은 어촌마을이라고 변화의 바람이 비켜 지나가진 않는다. 바다 오염에서 비롯된 환경 변화와 어족 자원의 고갈로 어획량이 해마다 크게 줄어들어 어민들의 처지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갯벌이 돈이 되는 시대가 왔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동력의 힘으로, 기계의 힘으로, 첨단 장비의 도움으로 바닷일은 쉬워졌고 삶은 풍요로워졌다. 그리고 갯벌이 돈이 되는 시대가 됐다. 행복을 이러한 물질적인 측면으로만 본다면, 분명 우리 삶은 과거에 비해 행복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삶과 자연이 함께 공존할 수 없다면 반드시 행복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어떤 삶이 좋은 삶이고, 어떤 삶이 나쁜 삶인지,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수만년 동안 바다와 어부가 지혜의 힘으로 공존했듯이, 그 지혜로움의 힘으로 바다와 어부가 공존했던 만큼이나 오랜 시간 동안 건강한 몸의 노래가, 생명의 에너지가 월하성 앞바다에서 울려 퍼지기를 기대한다. 배롱나무 붉은 꽃잎을 볼 때마다 건강한 에너지를 가진 월하성 마을의 아름다운 부부가 생각날 것이다.
일을 끝내고 나니, 사진 찍는 일은 어찌 보면 반은 노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쓴 그 말이 다시 맞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을 찍을 때 말고는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의 삶을 관찰하니 말이다. 사진가라는 것이 행복하다.
허용무 / 사진작가·동신대 문화기획학과 교수
김씨 부부의 부지런한 손놀림이 한없이 아름답다.
갯벌에서 잡은 바지락은 바다의 또다른 맛이다.
부부는 묵묵히 일했다. 남편의 일은 며칠 전에 쳐놓은 통발을 거둬들여 통발 안에 들어 있는 문어와 잡고기들을 바닥에 쏟아 놓는 것이다. 부인은 문어와 고기를 분류해서 재빠르게 물통에 집어 넣고, 다시 통발 안에 미끼를 넣고 접어서 차곡차곡 쌓아둔다. 그이들의 작업은 바람과 파도가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할 만큼 집중과 반복의 연속이었다. 25년을 함께 몸의 힘으로 삶을 이겨 온 모습이 힘차면서도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거친 바다에서도 작업하는 몸동작들은 전혀 흐트러짐 없이 매끄러웠고 군더더기마저도 찾아볼 수 없다. 잘 다듬어진 발레리나의 춤동작보다도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 절제된 움직임에서는 나이를 뛰어넘어 건강하게 살아 있는 생명의 에너지가 넘쳐나고 있었다. 한참 후에야 나는 알게 됐다. 부부의 몸놀림 하나하나가 신호이고, 말이고, 소통이고, 믿음이라는 것을…. 새벽 4시부터 시작된 작업은 아침 8시가 지나야 끝이 났다. 보통 하루에 20㎏쯤 잡히는데, 며칠 만에 나왔더니 오늘은 40㎏이 되었다. 해마다 잡히는 양이 줄어들어 걱정이었는데, 남해안에서나 잡히던 문어가 잡혀 올해 살림에 많은 도움이 되었단다. 이는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진 탓이다. 언제까지 고기잡이를 하실 생각이냐고 물었더니, “아저씨가 건강하면 일흔까지는 해야지요” 하신다. 김의선씨의 바램이다. 평화롭고 작은 어촌마을이라고 변화의 바람이 비켜 지나가진 않는다. 바다 오염에서 비롯된 환경 변화와 어족 자원의 고갈로 어획량이 해마다 크게 줄어들어 어민들의 처지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너도 나도 작은 삽을 들고 갯벌로 향한다.
서천군이 주최한 갯벌 세미누드 달리기 대회.
월하성의 ‘한여름 달밤 횃불축제’는 마을의 큰 축제다.
물이 빠지고 펼쳐질 갯벌을 기다리는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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