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에서 건진 보물/거꾸로 가는 시계
[매거진 Esc] 여행에서 건진 보물/ 장난감 연구가 현태준의 거꾸로 가는 시계
만화가이자 작가 그리고 장난감 연구가인 현태준(41)씨는 서울 여행을 즐긴다.
현씨가 귀이 여기는 보물은 ‘거꾸로 가는 정각 시계’다. 이 시계의 특징은 죄 ‘거꾸로’라는 점이다. 1시에서 12시까지 숫자의 좌우가 거꾸로 박혀 있다. 초침과 분침, 시침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 가리키는 대상과 가리키는 도구가 모두 거꾸로 됐지만 시계는 제대로 된 시간을 가리킨다. 이중부정은 곧 긍정인 것처럼.
현씨가 거꾸로 가는 정각 시계를 만난 건 7년 전이었다. 그날도 아무 생각 없이 버스를 잡아탔고, 내린 게 동대문과 상왕십리 사이 어디 즈음이었다. 허름한 시계방이었다. 텅 빈 가게에 앉은 주인. 거꾸로 가는 시계를 발명한 주인은 “1970년대에는 인터뷰도 많이 했다”고 반가워했다. 특허번호 734774호.
현씨는 하루 여행을 하면서 사진을 찍고 낡은 장난감을 모은다. 수집된 장난감은 그의 예술적 손길 아래 전시되고 시각 이미지로 재구성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 작업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제가 장난감을 수집하며 전국을 돌아다녀보니 우리 사회의 모든 에너지는 서울로 집중되어 버렸고, 90년대를 지나면서 지방 소도시의 상가 그러니까 지방경제는 완전히 몰락했다는 거죠.”
거꾸로 가는 시계를 제작한 발명가는 어디 갔을까. 어쩌면 뉴타운이 삼켰을지 모른다. 이렇듯 현씨의 작업은 사라져가는 보물을 건져 우리 삶의 초상을 포착하는 일련의 행위다. 그는 보물을 토대로 작업한 전시회 ‘현태준의 국산품전’을 열고 있다. 다음달 28일까지 서울 서교동 문화플래닛 상상마당.
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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