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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토크’ 뛰어넘기

등록 2008-02-13 21:49수정 2008-02-13 21:55

언어 교육은 타 문화 교육을 일정 정도 포함하지만, 이것으로 완전하진 않다. 그래서 ‘크로스 토크’가 발생한다. 연합뉴스
언어 교육은 타 문화 교육을 일정 정도 포함하지만, 이것으로 완전하진 않다. 그래서 ‘크로스 토크’가 발생한다. 연합뉴스
[매거진 Esc] 리처드 파월의 아시안 잉글리시 8
지역마다 다른 색깔의 대화 문화가 안겨주는 딜레마들
한 언어의 발음과 문법, 어휘를 마스터하기 위해 시간과 돈을 들였다면 의사소통이 보장돼야 한다. 그게 당연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심지어 모국어를 배우는 경우에도,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이란 화자가 의도하는 가능한 다양한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성공 여부는 사람과 장소,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나이대의 친구들끼리는 길게 말하지 않아도 안다. 역설적인 표현, 일반적이지 않은 단어를 쓰더라도 친구들끼리는 서로 알아듣기 쉽다. 반면 다른 공동체나 세대 간의 대화에는 좀더 구체적인 묘사가 필요하다. 그래서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같은 단어를 다르게 사용할 때 대화는 빗나가곤 한다. 그런 경우를 ‘크로스 토크’라고 한다.

이를테면 한 아랍인이 대만의 사업 파트너에게 유창한 영어로 ‘업무가 이뤄졌습니다’(과거 시제로)라고 말했다. 사실 업무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아랍인이 이렇게 말한 이유는 과거 시제가 미래 시제를 가리키는 아랍어 문법의 영향 때문일 수도 있고, 손님이 원하는 바를 말해주고 싶어 하는 아랍 문화 때문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동아시아인들도 거절의 뜻을 직접적으로 표하지 않는다.(아니면 적어도 그런 표현을 잘 모르든가!) 그래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혼란을 빠뜨리는 것이다.

물론 언어 교육은 타 문화 교육을 일정 정도 포함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인사나 식사 자리의 대화에서, 더 깊이는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그들이 의미하는 바가 종종 모호하다고 느낀다.

더욱이 영어에서 문화적 문제는 좀더 복잡하다. 타이에서 영어를 쓰기 위해 영어를 배우는 타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나라에서 영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아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학생들은 자기 영어의 ‘타깃 문화’가 명백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어를 배운다.

물론 우리가 영어를 사용하는 모든 문화권의 대화 문화를 배울 순 없다. 하지만 크로스 토크 상황을 발생시키는 특정 지역의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공부할 순 있다. 이를테면 ‘보디랭귀지’의 경우, 일본인들은 ‘아니오’ 표시를 위해 손을 흔들고 반대로 인도인들은 고개를 흔든다. 큰 소리로 시끄럽게 말하는 것은 인도에서 친근감의 표시이지만 타이에서는 적대감의 표시다. 중국의 인기 영어강사 리양은 될 수 있으면 크고 빠르게 말하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리양의 ‘미친 영어’는 특정 문화권에선 진짜 ‘미친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다.

리처드 파월
리처드 파월
대화 주제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많이 보는 한국의 영어 잡지는 미국인과 이야기할 때 결혼이나 건강, 나이, 종교, 돈 문제를 꺼내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럼 어떤 대화 주제가 안전하단 말인가? 많은 아시아인들은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하길 좋아하지만, 싱가포르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대화에 쉽게 질린다. 파키스탄 사람들은 당신이 좀더 논쟁적인 이슈로 대화 주제를 옮겨가지 않으면, 당신을 매우 가벼운 사람이라 생각할 것이다.

크로스 토크는 글쓰기에서도 나타난다. 평소 영어 사용자들은 주제문과 개인적 견해를 글에 명시해야 한다고 교육받는 반면, 아시아에서 이것은 단순히 글쓰기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사우스캘리포니아대학의 밥 캐플런은 문법과 단어 등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보이는 글이라 할지라도 다른 문화권의 독자들에게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글로 읽힐 수 있다고 주장해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다. 중국 언어학자 황진치는 중국어 글이 영어로 번역이나 통역될 때 중국어적인 것이 제거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번역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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