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의 영어는 ‘재밌어졌다’. 때론 재밌는 영어의 오기가 무정부주의적인 문화적 주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본 도쿄의 거리. 한겨레21 류우종 기자
[매거진 Esc] 리처드 파월의 아시안 잉글리시 6
‘재밌는 영어’와 만난 내 생애 아시아에서의 첫날밤을 잊지 못하리
‘재밌는 영어’와 만난 내 생애 아시아에서의 첫날밤을 잊지 못하리
내 생애 아시아에서 첫날밤을, 난 도쿄 중심가의 한 작은 호텔에서 보냈다. 경제가 호황이던 일본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싶었고, 아무 것도 모르는 곳에서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다. 사실 일본에 완벽하게 무지한 건 아니었다. 사무라이 영화와 태평양 전쟁에 관한 다큐멘터리 필름, 그리고 ‘워크홀릭 봉급쟁이’와 자살을 감행하는 수험생들 기사를 종종 봐 왔으까 말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은 극단의 이미지였다. 호텔 방에도 이런 안내문이 있었다. ‘한밤중 호텔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손님을 현혹하는 사기꾼은 우리 호텔과 관련이 없습니다. 현란한 말에 속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눈에 밟히던 오기, 오기, 오기들…
난 약간 신경이 곤두서 호텔 밖에 나갔다. 술에 취해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이 지나갔고, 고가 철길 아래 술집에는 사람들이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이 사람들이 ‘호텔 주변을 서성이는 사기꾼’들인가? 아님 ‘사무라이 훌리건?’ 나는 술집에 앉아 손가락으로 가리켜 맥주를 시켰다. 몇 시간 뒤, 나는 완전히 취해 있었다. 술집 여섯 곳을 전전했고 이미 몇몇 새 친구를 사귀었다. 그 사건 뒤, 내가 지녔던 일본의 이미지는 사라졌다.
숙취로 머리가 지끈거리던 다음날 아침, 다시 ‘사기꾼’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더러운 예방책’(grime prevention·Crime prevention의 오기로 보임)으로 문을 열어둔 채로 방을 나가지 말라고 했다. 1층 식당에 내려가 음식을 기다렸다. 차림판에는 ‘반죽 토스트’(batter toast·Toast with butter의 오기)와 ‘함’(harm·ham의 오기)이 적혔다. 밥을 먹고 거리에 나갔다. 아이들은 ‘배스데이 갈’(bathday garl·Birthday girl의 오기)과 ‘레몬파이’(remon pie·lemon pie의 오기)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돌아다녔다. 오, 잉그리시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 뒤, 난 아시아를 돌아다니며 점점 더 많은 ‘재밌는 영어’를 발견했다. 심지어 요즈음은 이런 재밌는 영어를 새로 아시아에 온 친구가 지적하기 전까지는 알아차리지 못하곤 한다. 어떨 때엔 친구들의 ‘지적’이 귀찮게 느껴진다. 이런 경우도 있다. 이런 재밌는 영어가 모든 대륙에 퍼져 사용되는 사례다. 적지 않은 스페인 레스토랑에서는 ‘리볼팅 에그’(revolting eggs·아마도 스페인어 ‘huevos revueltos’로 달걀 스크램블이다)를 내놓는다. ‘재밌는 티셔츠’를 입는 사람들은 일종의 무정부주의적인 문화적 주장을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스커트에 써진 말을 모르거나 다른 사람이 뭐라 하던 신경 안 쓰는 사람이다.
서양에선 아시아 티셔츠 인기 폭발
이상한 아시아 영어로 노는 것에 대한 나의 걱정은 도쿄의 아시안 잉글리시와 관련한 컨퍼런스에 초대됐을 때 사라졌다. 나는 ‘문화적 진화’라는 짐짓 진지한 주제의 발표를 하려고 기다렸는데, 한 유명한 싱가포르인 언어학자는 싱글리시와 타이글리시(타이 영어)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했다. 대부분 아시아인이었던 참석자들은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었다.
올림픽을 앞둔 베이징은 영어 안내문의 오기를 바로잡고 있다. 퇴역한 미군 대령 데이비드 툴은 이 작업에 참여한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 가운데 하나. 그는 ‘임모럴티 필스’(immorality pills) 광고와 계단에 적힌 ‘산사태’(landslide) 경고 표지판을 보고는 감히 웃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일부 외국인들은 웃음을 없애는 이런 작업들을 반대하기도 한다. 어쨌든 아시아는 이제 곧 영어의 모든 실수를 되돌릴 것이다.
서양에서는 일본어나 중국어 등 아시아 문자가 적힌 티셔츠가 인기가 높다. 이치쿠(www.ichikoo.com)라는 회사를 둘러보길. 이치쿠는 ‘오덴키 데수 카’(사실은 ‘잘 있나요?’라는 뜻인데 ‘당신은 전기인가요?’로 일부러 오역)와 ‘지유 노 센터쿠’(사실은 ‘선택의 자유’라는 뜻인데, ‘빨래할 자유’로 오역)라는 티셔츠를 판다.
번역 남종영 기자
이상한 아시아 영어로 노는 것에 대한 나의 걱정은 도쿄의 아시안 잉글리시와 관련한 컨퍼런스에 초대됐을 때 사라졌다. 나는 ‘문화적 진화’라는 짐짓 진지한 주제의 발표를 하려고 기다렸는데, 한 유명한 싱가포르인 언어학자는 싱글리시와 타이글리시(타이 영어)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했다. 대부분 아시아인이었던 참석자들은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었다.

리처드 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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