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가항공 세계일주
[매거진 Esc] 남종영의 비행기 탐험
여행자가 관광객과 다른 점은 ‘내가 지금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다’는 차이다. 시간과 공간의 삼차원 좌표 위에 삶이 펼쳐진다면, 여행은 시공간을 스스로 짠다는 점에서 관광과 다르다.
얼마 전 1980년대 중반부터 여행에 빠진 한 ‘1세대 배낭여행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여행 중독자는 여행 중독자를 알아보는 법. 그 또한 항공사 전자시간표를 두들기는 버릇이 있었는데, 비밀을 꺼내듯 말했다. “저가항공으로 세계일주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솔깃한 명제였다. 유명 항공사의 시간표로 세계일주 루트를 짜 보곤 했다. 저가항공으론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저가항공은 대륙간 루트를 두지 않는다. 주로 운항거리가 짧은 프로펠러기나 중·소형 제트기를 쓰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저가항공인 에어아시아, 타이거에어도 각각 쿠알라룸푸르와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아시아의 대도시를 연결하지 대륙을 뛰어넘지 않는다.
“두어 가지 희귀노선이 있죠. 그 노선을 이용하면 대륙 이동도 가능해요!”
그랬다. 2~3년 전부터 아시아와 오세아니아가 연결되기 시작했다. 타이거에어는 싱가포르에서 오스트레일리아의 멜버른·퍼스·다윈을 거의 매일 운항하고, 에어아시아는 쿠알라룸푸르에서 북서부 휴양지인 골드코스트까지 직항을 띄운다.
그리고 놀랍게도 오스트레일리아 저가항공인 제트스타가 일본 오사카에서 시드니까지 매일 운항한다. 가격은 편도 2만5천엔(약 22만원·이하 5월 최저가 기준) 물론 5만2천원짜리 식사·음료 쿠폰을 사지 않으면 10시간 이상 굶어야 하고, 1만원짜리 담요, 1만6천원짜리 헤드세트를 사야 품위를 잃지 않겠지만 말이다. 긴 휴가가 주어진다면 이걸 타고 가겠다. 한국~오사카 비행편이 많고 싸기 때문에 한국 여행자도 이용할 만하다.
그럼 아시아에서 유럽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오아시스홍콩 항공이 홍콩과 런던 게트윅 공항을 매일 연결한다. 게트윅 공항은 히드로 공항보다 한참 시골이지만, 그러면 어떠랴, 가격이 이리 싼 것을! 편도 1790홍콩달러(약 22만원). 이 고마운 항공사는 아메리카 대륙의 밴쿠버도 주6회 운항한다. 역시 22만원 선.
문제는 저가항공 세계일주의 절박한 문제는 한반도를 빠져나가는 것이다. 국내 저가항공사는 국제선이 없고, 외국계 저가항공사도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다.(운항하더라도 전통적인 저가영업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는 가능할 듯하다. 제주항공과 한성항공이 6~7월쯤 중국과 일본 등 중단거리 노선을 취항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프로펠러기만 소유했던 두 항공사는 각각 보잉737-800과 에어버스320을 도입한다고 한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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