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를 누르며
[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우리 사전에 사용 불가능은 없다.”
〈Esc〉 3면에 실리는 ‘사용불가 설명서’의 인기가 높습니다. 옛날 신문의 네컷 만화처럼, 〈Esc〉를 펴들면 사용불가설명서부터 찾아 읽는 독자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물론 이치에 안 닿는 이야기투성이입니다. 가습기로 결혼식장 안개 효과를 연출한다거나(1월31일치), 빨래건조대로 패러글라이딩을 한다거나(2월21일치), 브래지어로 무릎보호대를 한다거나(1월10일치)…. 궤변의 퍼레이드라 할 만합니다. 그럴수록 재밌습니다. 깨물어 주고픈 ‘언어도단’입니다. 독자들의 아이디어도 쉼없이 쏟아집니다. 여러분도 공모에 참여하시기를 바랍니다. 맨입으로 하는 말이 아니니까요(3면과 14면 참조).
짝퉁 버전의 ‘사용불가 성명서’도 등장했답니다. 특정인의 장관 임용에 반대했던 비판의 말들이 그 범주에 들어갑니다. 지면 관계상 주의사항만 읊어보겠습니다. “한반도 통일을 위하여 그를 통일부 장관으로 기용했다가는 전쟁을 하자고 우길 수도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대한민국 환경을 위하여 그녀를 환경부 장관으로 기용했다가는 땅을 너무 사랑하여 땅투기 환경을 조성하자고 나설 수도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이명박 정부는 장관 후보들 진용을 짜느라 고생 많이 했습니다. 비판만 하지 말고 격려도 조금씩 해줘야 합니다. 〈Esc〉는 그 어려움을 진심으로 이해합니다. 지면 개편 때마다 필자 찾기가 얼마나 힘든지요. 필자 한 명도 검증하기 힘든데, 장관급은 오죽하겠냐 말입니다.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새로운 트렌드 칼럼의 필자를 발굴 중인데, 적임자를 수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적임자를 만날라치면 자신에 관한 당혹스런 ‘사용불가 설명서’를 써오기도 합니다. “다른 일로 정신없는 저를 필자로 썼다가는 매주 펑크가 날지도 모르니 주의하십시오” 따위로 말입니다.
이래저래 ‘사용불가 설명서’가 웃기고 울립니다.
고경태/<한겨레> 매거진팀장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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