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추쌈의 힘겨운 도전
[매거진 Esc] 요리 냠냠사전
상추〔명사〕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한해살이풀. 학명은 락투카 사티바(Lactuca sativa). 라틴어 ‘락’(lac)은 우유를 뜻한다. 상추를 자른 단면에서 나오는 흰색 액체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락투카리움은 이 흰색 액체에 함유된 쓴맛이 나는 성분으로 진정작용을 하는 특성이 있다. 상추쌈을 먹으면 졸린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 성분 때문이다. 상추겉절이를 씹으면 더운 날 냉수 목욕한 것처럼, 혀가 되살아난다. 상추·실파·풋고추에 양념장을 끼얹어 만든다. 양념장은 고추장, 간장, 다진 마늘, 다진 파, 다진 생강으로 만든다.
⊙ 예문→‘○○○는 요새 상추쌈만 먹으며 다이어트를 한다.’ 〈Esc〉의 한 선배 기자는 지난달부터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8㎏ 감량이 목표다. 점심과 저녁 모두 유기농 도시락으로 대체했다. 도시락통 안에는 오곡밥과 유기농 된장으로 만든 상추쌈이 정확히 다섯 개 들어 있다. 요일에 따라 상추 대신 케일이나 어린 배추로 변화를 준다. 가끔 내용물도 바뀐다. 최근 이 선배의 도시락에서 배추쌈 하나를 몰래 꺼내 먹었다. 밥 대신 닭가슴살이 씹혔다.
이런 금욕 실험이 3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 “3일이면 끝난다” “아니다, 일주일은 갈 거다”라고 두 패로 갈라져 내기했던 팀원들도 모두 흠칫 놀란다. 거식증에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상한 것은 “안주만 안 먹으면 괜찮다”며 유독 술에 너그러운 자세다. 물론 과학적 근거는 없다. 김양중 〈한겨레〉의료전문 기자는 “술 자체에도 칼로리가 있으므로 술만 마셔도 살이 찐다”고 설명했다. 선배의 궤변은 술자리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강한 욕망으로 읽힌다. 두 가지를 한꺼번에 먹는 상추쌈처럼, 선배도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잃지 않기를 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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