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문득 생각난…
얼마 전 중국 칭다오에 입국할 때였다. 보안검색대를 빠져나와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는데, 공안요원이 다가와 가방 겉주머니에 꽂힌 중국 지도를 펼쳐들었다. 왜 허락도 없이 남의 지도를 펴 보지? 친근함의 표시인가? 항의하려다 그만뒀다. 금방이라도 “중국은 참 큰 나라죠?”라고 말 붙일 듯 그의 행동거지가 한가로웠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농담이라도 건넬까 고민하던 차,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 지도 어디서 가져왔죠?”
“글쎄요. 무료 지도라서 … 생각 안 나는데 ….”
그는 나의 짧은 영어를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면서 어디서 가져왔느냐며 채근했다. 이 난감한 상황이란. 급기야 통역이 투입됐고 똑같은 질문과 대답이 반복됐다. 지도는 압수됐다. ‘대만’(臺灣)이라는 표기가 문제였다. 중국에서 대만은 ‘대만성’(臺灣省)이어야 했다.
오래된 일이 아니다. 20년 전 한국, 올림픽을 앞두고 시위는 잦아들지 않는데, 외국인이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라고 표기된 지도를 버젓이 들고 다녔다면? 그러고 보니 시대는 참으로 빨리 진보했다. 불온 지도가 사라졌으니 말이다.(하지만 선거 결과를 보니, 적어도 4년 동안 국가보안법은 살아 있을 것 같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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