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의 말달리자
[매거진Esc]탁현민의 말달리자
늦은 고백이지만 애초부터 살짝 무리가 있었다. 그리 달변도 아니고 소통이라는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도 없던 처지였다. 그럼에도 거의 1년여를 ‘말’달려올 수 있었던 까닭은 함량 미달의 원고를 내치지 않고 실어준 배려와 뭐 매일 하는 것이 말인데 그거 쓰는 게 뭐 어려울까 싶었던 나의 객기가 반반이었다. 이쯤이면 다들 직감하시듯이 오늘이 마지막 연재다. 오랫동안 읽어주셨던 독자 여러분에게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고 원고를 통해 다소 씹었던 유·무명 인사들에게는 사과를 보낸다. 다 먹고살기 위해서 그랬던 거고, 또 별로 틀린 말은 아니었을 것이니 맘속에 오래 두시지는 말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 말을 잘 사용하려면 가장 먼저 자신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물론 이때의 자신감은 말 잘하는 법 같은 책을 읽는다든가, 말 잘하는 학원 같은 것을 다녀서 얻는 것은 아니다.
이미 우리는 누구나 언어의 전문가이며 대화법의 달인들이다. 그것은 첫말을 떼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각자가 살아온 나이만큼 매일처럼 공부하기 때문이다. 올해로 서른여섯이 된 나는 그래서 적어도 삼십오년 이상 우리말을 공부한 최고의 전문가가 되는 셈이다. 우리는 매일 대화를 하고 매일 글을 쓰고 매일 그 말과 글로 생각을 한다. 심지어는 꿈에서도 그러하다.
생각해 보자. 만약 우리가 삼십오년 동안 저글링을 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아마 공을 수백 개쯤은 돌릴 수 있을 것이 아닌가? 그 숱한 세월 동안 말을 하고 글을 쓰고 그것으로 대화를 했으니 우리는 모두 소통의 전문가이며 그 분야에 나름 일가견이 생겼다는 말씀이다. 그것이 우리가 스스로에게 가져야 할 자신감이며 그 자신감을 확인하는 것으로부터 소통이 시작되고 말문이 트이게 된다는 것. 이제 이런 뒤늦은 깨달음을 마지막으로 전하면서 이만 물러간다. 무척이나 감사하다.
탁현민 한양대 문화콘텐츠 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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