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인천공항에서 열린 에미레이트항공 두바이~인천 신규 취항식. 에미레이트항공 제공
[매거진 esc] 남종영의 비행기 탐험
“인천~밴쿠버는 정말 비행기 자리 잡기가 힘들어요. 급히 출장가기도 어렵고… 어학연수생들이 많은 방학 철에는 두 달 전에 예약해야 한다니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행사 관계자들로부터 흔히 듣던 푸념이었다. 인천~밴쿠버는 대한항공과 에어캐나다가 매일 한두 차례 운항한다. 그런데도 자리가 모자라고, 어렵게 자리를 얻어도 만원 비행기에서 허덕여야 한다.
그러면 비행기를 더 자주 띄우면 되는 거 아닌가? 간단한 일 같지만 쉽지 않다. 비행기가 뜨려면 양국 정부가 항공협정을 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항공협정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 영공 통과료를 내고 횡단비행만 허가하는 경우(제1자유)부터 급유·정비 목적으로만 착륙할 수 있는 경우(제2자유) 그리고 여객과 화물을 운송하거나(제3·4자유) 경유지로 이용할 수 있는 경우(5자유) 등이다. 가장 발전된 형태의 항공 자유화는 ‘오픈 스카이’다. 운항 도시나 횟수의 제한 없이 자유롭게 운항하는 권한을 내주는 것이다. 말하자면 하늘길의 자유시장이 형성되는 것. 하지만 힘센 자가 유리해지는 약육강식의 시장이 열리는 것이기도 하다. 오픈 스카이가 항공업계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리는 이유다.
전략적으로 오픈 스카이를 표방하는 나라도 있다. 아랍에미리트가 대표적이다. 두바이를 허브로 이용하는 아랍에미리트는 전세계 항공사가 두바이에 아무런 제약 없이 취항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상대국이 오픈 스카이를 취하지 않으면 제약이 있지만, 자국 항공사가 좀더 공격적으로 경영하는 기반이 생긴다. 아랍에미리트가 인구 460만명에 지나지 않는 소국이지만, 에미레이트항공이 굴지의 항공사로 성장한 이유다.
한국도 정책적으로 오픈 스카이를 지향한다. 지난 20일 국토해양부는 “만성적인 좌석난을 겪는 캐나다와 오픈 스카이를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기존 밴쿠버·토론토·몬트리올 세 도시에만 주 2회·2천석으로 제한됐던 비행기가 어느 도시든 제한 없이 다닐 수 있게 됐다. 이윤만 남으면 어떤 항공사든 자유롭게 비행기를 띄워도 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어느 나라에건 하늘길을 내주는 건 아니다. 이를테면 한국 입장에서 아랍에미리트와는 적극적으로 오픈 스카이에 나설 필요는 없다. 아랍에미리트는 싼 기름값 덕분에 공격적인 항공사 경영이 가능하다. 한국 항공산업으로선 물량 경쟁에서 뒤질 수 있다. 김상수 국토해양부 국제항공과 사무관은 “정책적으로 오픈 스카이를 확대한다는 방침이지만, 유럽연합, 남미, 독립국가연합 등에 전략적인 우선순위를 둔다”고 말했다.
신규 취항은 두 나라 사이의 직접적인 교통로가 생김을 의미한다. 육로와 달리 없던 길이 생기는 것이다. 두 지역의 경제·문화·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가 심화되는 시발점이다. 오픈 스카이는 신규 취항의 완성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05년 에미레이트항공은 인천에 신규 취항을 하면서 활주로에서 물대포로 환영을 받았다. 양국간의 직접교통로가 개설됐음을 축하하는 의식(사진)이다. 한국에서 처음 시도됐는데, 다른 항공사들도 이를 따라 물대포 환영식을 벌인다고. 인천~두바이 하늘길이 언제 완전히 열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