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공평함
[매거진 esc] 요리 냠냠사전
에틸카바메이트[명사]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다. ‘NH2COOCH2CH3’라는 긴 화학식을 가졌다. 알코올·발효식품에 함유돼 있고 일정량 이상 흡수하면 해로운 발암물질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고경화 전 한나라당 의원이 “일부 수입 와인의 에틸카바메이트 수치가 높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해 이슈가 됐다.
⊙ 관련어: 식품의약품안전청. 당시 식약청은 에틸카바메이트 기준치를 곧 고시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식약청은 캐나다 수준의 규제안을 만들었지만, 지난달 총리실 심사에서 반려됐다고 8일 밝혔다. 식약청 위해기준과는 “총리실은 ‘다른 과실주는 빼고 와인만 규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규제안을 되돌려보냈다”고 설명했다. 와인 수출국이 많은 유럽연합상공회의소에서도 이 규제안에 반대했다고 식약청은 덧붙였다.
고 전 의원의 자료를 보면, 캐나다 보건기구는 에틸카바메이트가 테이블 와인의 경우 40피피비(ppb), 디저트 와인의 경우 100피피비를 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고, 미국 식품의약청도 자율규제안을 운영 중이다. 당시 이 연구자는 85%가 수입산인 한국 와인 다수가 캐나다 권고치를 넘었다고 밝혔다. 산지에서 생산하는 과정보다, 한국으로 수입하는 과정의 보관과 국내 저장 상태가 문제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에틸카바메이트는 고온에서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1년 전 논란은 국감 때 ‘떠 보려는’ 의원과 언론의 호들갑에 불과한 걸까? 어쨌든 식약청은 기준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같은 집권당 소속의 총리실은 이를 거부했다. 와인 애호가들이야 신경 안 쓰고 마시겠지만, 찝찝한 건 사실이다. 안전하다면 “안전하다”고 밝히고, 기준치가 필요하다면 만들어 시행하면 될 일이다. 그게 국가기관의 일이 아닐까?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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