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장소, 다른 사진들
[매거진 esc] 곽윤섭의 사진명소 답사기
2006년 문화관광부 산하 공공미술추진위원회가 주도해 70여명의 작가가 벽화와 설치작업으로 가꾸어 놓은 곳이 바로 서울 이화동의 낙산 일대다.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 거리인 대학로 바로 인근에 있어 젊은이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었는데 거리미술작품이 들어선 뒤부터는 사진애호가들에게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아기자기하게 찍을 것이 많다. 벽화는 배경으로 이용해도 되고 자체도 볼거리다. 낙산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의 사이사이엔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여러 명이 이곳을 다녀가더라도 모두 다른 사진을 찍어오는 것은, 숨어 있는 골목에서 각자가 무엇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삼청동 골목이 떠올랐다.
이곳 작품들의 특징은 집과 길과 담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그래서 계단에 꽃이 피어나고, 벽화를 찍고 있으면 불쑥 집주인이 그림 속에서 문을 열고 나타나기도 해서 당황스럽기도 하다. 이화동 주민들에게 작품에 대해 물었더니 “동네를 예쁘게 꾸며준 것이니 반대할 이유가 없어요. 하지만 겨울을 넘기면서 (벽화의) 그림이 심하게 벗겨져서 보기가 좀 그렇습니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둘러보니 몇 년 된 작품들 중엔 칠이 들뜬 것이 적지 않게 눈에 들어왔다. 생활사진가뿐 아니라 이곳 주민과 산책길 시민들을 위해서 보수가 필요할 것이다. 낙산공원은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를 나와 마로니에 공원을 끼고 10여분 걸어 들어가면 시작된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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