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매거진 esc] 곽윤섭의 사진명소 답사기
흔히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서울, 혹은 수도권 일대를 벗어난 모든 곳을 시골이라 부른다. 서울이 아닌 곳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그런 표현에 거부감을 느낄 것이다. 하물며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부산 사람들을 시골 사람들로 치부한다면? 서울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섞여 있어 말투도 다양하고, 따라서 서울 사람이라는 정체성도 그다지 뚜렷하지 못하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부산은 서울보다 훨씬 정체성이 강한 도시다. 길거리나 시장통을 불문하고 온통 이 지역 사투리만 들린다. 왁자지껄하다. 언뜻 들으면 서로 말다툼을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대도시 부산에서도 특히 부산다움을 느끼고 싶다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명소들이 몰려 있는 곳이 남포동과 광복동 일대다. 갯내음 물씬 나는 자갈치시장. 이곳에서 사진을 찍을 땐 조심해야 한다. 그냥 몰래 찍고 도망갈 생각 말고 시간 여유를 갖고 ‘꼼장어’나 고래고기에 소주 한잔이라도 하며 자갈치 아지매들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것이 사진 찍기에도 좋고 현지 분위기를 즐기는 길이다. 바닷가에서 큰길을 건너가면 부산국제영화제의 무대이기도 한 남포동 피프(PIFF) 광장이 있고 조금 더 걸어가면 광복로 패션거리가 나타난다. 주말이면 차 없는 거리가 되는 이곳은 여러 문화행사가 수시로 열리는 젊음의 거리다. 10분 정도 더 걸어가면 용두산공원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가 보인다. 꼭대기엔 120미터 높이의 부산타워가 있어 맑은 날엔 멀리 대마도가 보인다는 곳이다. 골목이 많고 옛날의 흔적도 많이 남아 있다. 거리가 좁고 혼잡하여 프레임 속 배경에서 어지러운 장애물로 등장하기 십상이니 깔끔한 사진을 찍는 것이 그리 쉽진 않을 것이다. 그런 어수선함이 바로 이곳의 특징이다. 시장과 문화의 거리, 도심 속 공원 등이 한곳에 모여 있으니 한두 장의 사진으로 이 일대를 특징 짓긴 어렵다. 부산 지하철 1호선 남포동역에서 내리면 모두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곽윤섭 kwak1027@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