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뿌린 명동의 여행자들
[매거진 esc] 곽윤섭의 사진명소 답사기
그동안 이 코너에서는 장소의 특성에 따라 풍경, 꽃, 운동하는 사람 등 촬영의 포인트를 조금씩 달리했다. 이번엔 서울의 색을 찾아보기로 했다.
‘디자인서울 총괄본부’가 서울의 대표색으로 남산의 초록색, 고궁의 갈색, 단청의 빨간색 등 10가지를 지정해 놓고 있지만, 이것과는 별도로 봄의 거리에서 서울의 색을 찾아내고 싶었다. 예술가들과 클럽 문화로 알려진 홍대 입구, 대학생과 옷집들이 많은 신촌 거리, 강남 문화를 상징하는 압구정동 등을 제쳐놓고 명동 거리로 나가봤다.
명동은 이른 아침부터 관광객들로 붐볐다.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의 절반 이상이 일본어나 중국어였다. 간판도 그랬다. 옷, 신발, 화장품 등 여러 업종의 가게들이 모두 거칠고 현란한 원색들로 화려한 치장을 하고 있었다. 처음 셔터를 눌렀던 곳은 을지로입구역으로 가는 길목, 외환은행 앞에 있는 신록의 커피숍 건물이었다. 봄볕을 받은 나뭇가지들이 피워낸 여린 녹색의 잎들이 그 앞에서 어른거리고 있었다. 내심 옅은 녹색의 긴치마를 입은 봄 처녀가 나타나길 기다리면서 1시간을 보냈지만 점심시간이 되어 인근 사무실에서 쏟아져 나오는 여성들의 제복은 거의 짙은 무채색이었다. 자리를 옮겼다.
마침내 한 화장품가게 유리창에 코팅된 장미꽃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뭔가 부족했다. 한 쌍의 일본인 관광객들이 걸친 빨간 상의가 눈을 확 잡아끌었다. 배경과 인물이 겹치지 않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프레임을 구성하는 것은 필수적 기본 상식이다. 많은 색이 교차하는 도시의 거리에서 색을 테마로 표현하려면 배경과 인물 간의 조화가 필요하다. 대비도 좋고 반복도 좋은 방법인데 완전히 상반된 두 색이 같은 비율로 등장하면 서로 상쇄되어 두 색 모두 시선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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