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랑함플레이스몽콕의 펜트하우스 스위트. 김형렬 제공
[매거진 esc] 김형렬의 호텔에서 생긴 일
호텔 스위트룸의 역사와 종류
호텔 스위트룸의 역사와 종류
2010 남아공월드컵 한국 축구대표팀의 베이스캠프가 차려진 루스텐버그의 헌터스 레스트 호텔. ‘사냥꾼의 휴식처’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 외곽 마갈리스버그산 산자락 밑에 아열대의 파라다이스처럼 자리잡은 곳이다. 수영장·헬스센터 및 테니스·스쿼시·볼링을 즐길 수 있으며, 9홀 골프 코스도 갖추고 있다. 5개의 회의실, 비즈니스센터 그리고 91개 객실이 리조트 스타일로 길게 늘어서 있다.
55명에 이르는 선수와 스태프의 객실 배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까지 알 길은 없으나, 적어도 허정무 대표팀 감독에게는 스위트 객실이 배정됐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이것은 그가 선수단을 책임지고 있는 감독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스위트룸이 가지는 구조와 기능 때문이다.
스위트는 스탠더드 혹은 디럭스 객실 등과는 달리 방의 구조가 기능에 따라 나뉘어 있다. 일반 객실들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침대가 놓여 있어 그 자체가 침실이고, 욕실만이 구분돼 있을 뿐이다. 이에 비해 스위트는 침실·거실·회의실·욕실·부엌 등으로 공간이 구분돼 있다. 우리나라 아파트 구조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스위트의 역사는 호텔의 역사와 같다. 중세 이후 유럽의 왕 혹은 귀족들은 여행할 때 혼자 가지 않았다. 이들은 가족은 물론, 하인들을 대동하고 다녔는데 이 일행이 함께 자고 생활할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 스위트는 왕족·귀족들이 여행할 때 사용하는 객실이었다. 하지만 근대 이후 스위트는 리더와 그 스태프들이 함께 모이는, 실무적이고 기능적인 공간으로 역할이 바뀌게 되었다.
스위트는 용도에 따라 허니문 스위트, 이그제큐티브 스위트, 로열 스위트, 프레지덴셜 스위트 등이 있다. 허니문은 신혼집과 같은 분위기로 꾸몄고, 이그제큐티브는 회의하기 알맞게 꾸며 기업체 임원들이 비즈니스 출장용으로 주로 사용한다. 로열과 프레지덴셜은 같은 급이면서 스위트 중에서도 최고 등급이다. 그 호텔에서 가장 좋고 비싼 객실로 보면 된다. 위치도 펜트하우스와 같은 최고층인 경우가 많다. 로열은 유럽에서, 프레지덴셜은 미국에서 사용되는 호칭이다.
보통 사람들이 스위트를 이용할 일은 그리 많지 않겠지만, 가족여행일 때는 도전해볼 만하다. 중학교 이상의 자녀가 둘 이상인 4인 가족인 경우 보통은 2인실을 2개 얻어야 한다. 부모로서는 가족이 함께 한 방에 머무르고 싶을 것이다. 스위트 가격이 일반 객실 2개 비용보다 싸다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스위트 객실 가격은 얼마나 될까? 국제기구가 많아 항상 전세계 거물급들이 들락거리는 스위스 제네바의 프레지던트 윌스 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호텔방으로 꼽힌다. 놀라지 마시라! 하룻밤에 7천만원이다. 예약도 아무나 할 수 없고 호텔 대표와 직거래로만 할 수 있다. 허정무 감독과 코치진이 스위트룸에서 여는 작전회의가 다시 한번 대한민국에 ‘월드컵 4강’의 꿈을 실현시키길 기대해 본다.
김형렬 호텔자바 이사 www.hoteljava.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