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연기자에서 연기 아이돌 키우는 미다스 손으로

등록 2012-03-21 17:15수정 2012-05-14 15:46

[매거진 esc] 인간 반전
스타 매니지먼트사 이끌다 케이블 드라마 ‘꽃미남’ 시리즈 성공시킨 박성혜 대표
월급쟁이를 접고 창작자로 변신을 시도하는 이들을 간혹 보게 된다. 성공은 둘째 치고 작품 자체를 완성하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 흔치 않다. 매니지먼트 분야에서 정상을 달리던 싸이더스 에이치큐(HQ)도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지만 자기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며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놓은 건 한참 후의 일이었다.

박성혜(42) 오보이 프로젝트(Oh! Boy Project) 대표가 ‘변신’ 1년 만에 이 모든 걸 이뤄냈다. 그는 지난해 4월 오보이 프로젝트 주식회사를 만들었다. 직원은 단 1명이었다. 16년 동안 배우 매니저였고, 백수로 1년여를 보낸 뒤 이룬 놀라운 성공이었다. 2명이 기획안을 만들어 티브이엔(tvN)에 무려 100억원의 제작비(방송 편성 포함)를 제안했다. 6개월 뒤 <꽃미남 라면가게>(이하 라면가게)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케이블 드라마 사상 최고가에 해외 판매 기록을 세웠다. 2개월 뒤 <닥치고 꽃미남 밴드>(이하 닥밴)로 역시 케이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해외 판매 최고가를 경신했다. <라면가게>는 팬시상품 같은 야들야들한 로맨스였고, <닥밴>은 빈부격차의 현실이 녹아든 거친 밴드 청춘물이었다. <닥밴>은 제작자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시놉시스를 본인이 직접 만들었다. 그래서 ‘크리에이터/제작’이란 생소한 크레디트를 얻을 수 있었다.

오계옥 제공
오계옥 제공

김혜수·전도연 매니저로 15년
2008년 갑작스런 뉴욕행
“사람에 대한 애정 회복하고 싶어”

그의 인생 반전 드라마는 이렇다. 김혜수, 전도연 매니저로 15년을 보내며 황정민, 지진희 등을 발굴한 그의 전직 직함은 싸이더스 에이치큐 본부장. 남부러울 게 없어 보이는 자리를 갑자기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지인들은 철없는 선택이라며 아우성쳤다. 하지만 그는 2008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뉴욕으로 떠났다. 겉은 화려해 보여도 속은 그렇지 않은 인생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였다. 지난 9일 강남구 논현동 오보이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다시 찾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뉴욕에서 공연 보고 클럽을 들락거리며 한마디로 거침없이 놀았다. 바텐더 자격증도 취득했다.

1년 뒤 서울로 돌아올 무렵, 다행히 사람이 다시 좋아졌다. 그래서 두 가지를 새로 시작했다. 낮에는 홍대 캠퍼스에서 광고홍보학을 공부하고, 밤에는 홍대 주변에서 클럽을 배회했다. “원래 밴드 음악을 워낙 좋아해서 뉴욕에 있을 때도 소규모 밴드 공연을 자주 보러 다녔다. 서울에 돌아가면 강남 집을 처분하고 홍대 주변에서 지하 1층에 공연이 가능한 조그만 바를, 1층에 카페를 하면서 한량처럼 인디밴드들과 재밌게 놀아보려고 했다.”

profile

1999~2008년 싸이더스 HQ 콘텐츠본부 본부장, 2005~2008년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이사, 2011년~ 오보이 프로젝트 주식회사 대표. <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배운 녀자> 등 지은이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난생처음 공부에 매진했지만 인디 음악 쪽은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일찍 알아차렸다. “내가 너무 이상적으로 그쪽 문화를 생각했던 것 같다. 홍대 인디 문화계도 인디 레이블이나 클럽 마케팅 등 안 해본 것 없이 다양한 시도를 해본 뒤였고, 나 역시 이거다 싶은 사업모델이 잘 안 찾아졌다.”

인디 음악에 대한 관심을 접고, 자신의 집 지하 1층에 지인들을 불러다가 매주 술자리를 가졌다. ‘B1’이란 모임이었다. “그냥 술만 마시는 건 재미가 없는 것 같아 뭔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서 크리에이티브한 결과물을 익명의 이름으로 유튜브에 올리면 재밌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놨다.” 다들 좋아했다. 박 대표는 그때 오보이 아이디어를 꺼냈다. 꽃미남 프로젝트를 제대로 사업 모델로 진행해보자는 제안이었다.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약간의 부러움이 있었고, 싸이더스 에이치큐 시절 남아 있던 아쉬움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수 천하의 시대, 배우 지망생이 거의 끊어진 현실에 자극받았다. 송중기, 유아인 밑으로는 아예 젊은 연기자가 없는 것 같았다. 여자는 거의 전멸이고.”

오보이라는 브랜드로 ‘연기 아이돌’을 양성해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광고, 작가, 영화인들로 구성된 B1 식구들의 반응은 어중간했다. 오기가 돌았다. 아이디어를 낸 지 두 달 만에 난생처음 회사를 차렸다. 또 하나의 승부수. 지상파는 거들떠보지 않고 케이블의 문을 두드렸다. “꽃미남 프로젝트지만 거칠고 생생한 걸 그대로 담으려면 지상파에선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마침 씨제이(CJ)가 <슈퍼스타케이(K)>를 진행했던 터라 인적 콘텐츠 발굴의 중요성을 알 것 같더라. 젊은 방송이라 오보이 프로젝트를 거절할 리 없다고 확신했다.”

“외로운 시간 보내며
나와 대면하는 시간
여유와 자유로움 되찾아”

제안서를 만들면서 무작정 교보문고를 뒤졌다. 로맨스 소설 20권을 사서 읽은 뒤 한 작품을 골라 판권 계약을 했다. <꽃미남 라면가게>였다. 이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두 번의 결정적 위기를 겪었다. 오보이 오디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먼저 시작했는데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조기 종영이 논의되고 있을 무렵 다행히 <라면가게> 1, 2화 방송이 겹치면서 시청률이 상승 곡선을 탔다. ‘폭력밴드’란 이름으로 준비해오던 <닥밴> 계약은 한없이 지연된 상황. 이건 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태생적으로 반항기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 누굴까 하다가 타워팰리스에 살아본 아이를 만나고 이거다 싶었다. 타워팰리스 뒤 구룡마을 아이들과 같은 학교를 다닌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그들의 눈빛부터 달랐다고. 태생적으로 자괴감을 느끼며 살아야 했던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오직 음악이 아닐까 싶었고, 밴드 이야기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6부 시놉시스를 직접 쓴 뒤 작가를 구해 1, 2부 대본을 만들었지만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다. 너무 마니아 취향이라는 이야기였다. 물러서지 않았다. 티브이엔에 ‘뭔가 새로운 그림 하나는 보여줘야 하지 않냐’고 설득하는 동시에 1, 2부 대본을 고쳐 썼다. 마침내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작가뿐 아니라 연출자와 촬영감독 모두 드라마 경험이 거의 없는 이들로 구성하는 파격을 감행했다. 신선한 화면을 만들겠다는 승부수였다.

그는 재밌게, 열정을 가지고 달려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었다. “진짜 외롭게,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자기 자신과 대면해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와 자유로움이 있는 듯하다. 39살 때 뉴욕에서 매일 아침 일기 같은 글을 썼다. 그런 시간을 겪으면서 열정과 즐거움이 되살아났다.”

그는 올해 하반기 세 편의 드라마를 더 제작하고 연기 아이돌 시스템을 새롭게 고안할 예정이다. 열정과 즐거움을 손에 넣은 여자의 눈빛이 유난히 반짝거린다. 그는 또 뭔가 깜짝 놀랄 만한 일을 멋지게 해낼 것 같다.

<한겨레 인기기사>

“종단 지도급 스님들도 도박 했다는 소문 돌아…”
신촌 살인 10대들, 프로파일러 면담 내용보니…
문재인 “권력의지 없는 것이 단점 아니다”
어제 먹은 대창이 미국산?…대기업, SRM 의심부위 들여왔다
비울수록 채워지는 ‘화수분’ 쌀독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