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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적인 유전자를 타고난 것 같아요”

등록 2012-07-25 17:10수정 2012-10-25 14:02

성선화씨. 박미향 기자
성선화씨. 박미향 기자
[매거진 esc] 인간 반전
경제관념 제로의 기자에서 재테크의 여왕으로 변신한 성선화씨

서울 북촌에서 한옥 공방을 운영하는 나성숙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기억난다. “수박덩어리처럼 앉아 있지 마. 사회 초년생이 수박덩어리처럼 앉아 있으면 뭐가 예쁘겠어? 나한테는 일도 안 시켜요, 불만만 쏟아내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건 너무 당연한 거야. 일을 아직 못하니까 안 시키는 거지. 사회에선 내가 뭣 좀 할 것 없나 찾아 나서지 않으면 그냥 수박덩어리가 되는 거라고.”

안 봐도 훤히 보인다. <빌딩부자들>(다산북스)과 <월세의 여왕>(리더스북)을 낸 성선화씨는 절대 ‘수박덩어리’는 되지 못할 운명이다. 가만히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길 기다리는, 팔십 평생 때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강태공 같은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온 기회를 붙잡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회를 부지런히 만들어나갔다. 재테크 고수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은 베스트셀러 <빌딩부자들>이 만들어진 것도 다 그녀의 전투적인 도전 정신 덕분이다.

“단신 기사 쓰면서 늘어난 시간
빌딩주들 인터뷰하면서
기획 아이디어 떠올랐죠”

이화여대 언론홍보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한국경제신문사에 입사한 그녀는 국제부, 사회부를 거쳐 건설부동산부에 안착했다. “원래는 법조 출입 기자를 하고 싶었어요. 기자들 사이에서 법조는 ‘특종의 바다’로 불리잖아요.”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법조 기자는 물건너갔고, 대신 건설부동산부에 배치됐다. 다행히 경제신문의 특성상 부동산 뉴스가 1면 톱을 장식하는 경우도 많았다. 몇 년간 부동산에 푹 빠져 지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점점 회사에서 입지가 좁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톱기사는 고사하고 주요 기사도 쓸 기회가 없었다. 단신 기사만 줄기차게 써내다 보니 시간이 살짝 많아졌다. 그래서 얼떨결에 인생 반전의 고삐를 쥐게 되었다.

“심심했어요. 바쁘면 전화 한 통화로 취재를 끝낼 수도 있었을 텐데, 시간이 많다 보니 직접 만나서 취재를 하고 싶더라고요. 공실률 0%의 빌딩을 찾는 기사였는데, 그때 2명의 빌딩 주인을 수소문 끝에 만났어요. 만나고 돌아오면서 바로 이거다, 싶더라고요. 이야기를 듣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낮 12시에 만나 밤 12시에 헤어졌죠.” 빌딩 부자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머릿속에 멋진 출판 아이템이 스치고 지나갔다. 누가 찾아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기획서와 샘플 기사를 써서 알 만한 출판사에 모두 뿌렸다. 그리고 최고의 조건을 제시하는 출판사와 계약을 맺었다.

부동산을 구입할 때도 그렇지만 그녀는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조건을 잘 따져 제 몫을 챙기는 타입이다. 그래서 얄밉다는 소리도 가끔 듣는다. 편견에 찬 소리일지 몰라도, 젊은 여성답지 않게 경제관념이 확실하고, 기자답지 않게 실리적인 계약에 능통하다. “상업적인 유전자를 타고난 것 같아요. 음악을 들어도 아이돌 음악이 좋고, 영화를 봐도 메이저 영화가 좋거든요. 인디음악이나 독립영화는 잘 이해를 못 해요.”

“실전 매뉴얼 쓰기 위해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었죠.
월세 140만원씩 들어와요”

상업적인 감각이 곧 경제적인 감각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녀 역시 일반적인 사회 초년생들과 마찬가지로 20대 때는 경제관념 제로의 삶을 살았다. 통장 잔고가 얼마인지도 몰랐고, 한 달에 얼마를 쓰고 있는지도 계산해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자신의 연봉이 얼마인지조차 헤아리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50명의 빌딩 부자들을 만나면서 뼛속까지 ‘계산적인’ 여자로 바뀌었다. 새어나가는 커피 값을 줄이고, 택시비를 아끼고, 내친김에 한 달 33만원으로 살며 단기간에 1천만원의 종잣돈을 모으는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모은 종잣돈으로 직접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다.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상가에 이어 아파트 분양권까지, 각종 부동산에 투자해 총 7개의 월세 통장을 만들었다. 월급 이외에 매달 140만원의 부수입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번 돈은 각종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자신을 실험대상으로 삼아 실전에 뛰어든 노하우는 <월세의 여왕>에 꼼꼼히 담아냈다.

책을 내고 난 후 비판의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듣는다. 그녀는 며칠 전 공격적인 인터뷰어를 만나 곤혹을 치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월세 통장이 늘어난 만큼 빚도 늘어난 것 아닌가요? 그 많은 빚은 어떻게 해요?” 그녀는 부동산 재테크라는 게 대출을 빼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을 일일이 설명해줄 재간이 없었다. “<빌딩부자들>을 내고 나서 실전팁을 쓰겠다고 공언했어요. <월세의 여왕>은 그래서 쓰게 된 책이에요. 실전팁을 쓰려면 제가 직접 투자를 해봐야 하잖아요. 아파트 하나 투자해 놓고 실전팁을 쓸 수는 없으니까, 종류별로 쫙 다 투자를 해본 거예요. 돈독이 올라서 한 일이 절대 아니에요.”

그녀는 최근 회사를 그만뒀다. 이제 본격적으로 저자의 길로 나서는 것일까, 전문 부동산 투자자의 길을 걷는 것일까. “아직 명함을 만들진 않았지만 ‘프리랜서 기자’라는 이름표를 붙일 생각이에요. 회사는 관뒀지만 기자라는 직업을 버렸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곧 이데일리 티브이에서 부동산 뉴스를 진행할 예정이고, 앞으로 좀더 다양한 매체에서 기사를 쓰고 싶어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후 다양한 제안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하고 직접 방송사에 기획안을 던져 만들어낸 기회다. 매체를 바꿔 다시 기자로 뛰기 시작한 그녀는 다시 한번 인생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빌딩 부자가 첫 순위 목표는 아니다. 빌딩주의 이면을 잘 알게 된 그녀는 돈을 중심에 놓고 사는 사람과 명예를 중심에 놓고 사는 사람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후자를 고르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집에서 독립하지 않은 이유는 월세가 아까워서란다. 명예도 얻고 부도 놓치지 않을 팔자다. 경제적인 유전자는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타고난다는 말이 맞다.

profile

성선화 2006년 한국경제신문사 입사. 국제부, 유통부, 사회부, 건설부동산부 기자로 일했다. 2010년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에 입학해 건설개발을 전공했으며, <빌딩부자들>과 <월세의 여왕>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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